[도시 브랜드의 본질] 도시의 ‘지문’을 만드는 전략가, 강병호 대표가 말하는 서체의 경영학
243개 지자체의 생존 전략, ‘경쟁적 정체성’의 핵심 도구로 부상한 지역 서체
지속 가능한 도시 경영 — 무형 자산으로서의 서체 관리와 경제적 파급력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시대, 도시도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서 생존을 경영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 단순히 건물을 짓고 도로를 닦는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그 도시만이 가진 고유한 ‘자기다움’을 어떻게 시각화하고 전달할 것인가가 지자체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도시브랜드연구소 강병호 대표는 이 거대한 문제의 해답을 ‘서체(Font)’라는 미시적이지만 강력한 도구에서 찾는다. 그는 전국 100여 개 지자체를 발로 뛰며 지역의 숨겨진 코드를 기록하는 ‘서체기행’ 프로젝트를 통해, 글자가 어떻게 도시의 경제적 가치와 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지를 증명해내고 있다.
■ Success Case: ‘영월체’, 지역의 경계를 넘어 국가와 세계의 표준이 되다
최근 지역 서체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의 ‘영월체’가 그 주인공이다.
정부 국가비전 공식 서체 채택 (2026. 01. 14):
지자체 전용 서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정부의 국가비전을 전달하는 공식 서체로 낙점되었다. 이는 한 지역의 문화적 유산이 국가적 차원의 신뢰와 가치를 담아내는 ‘국가 자산’으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세계 3대 디자인상 본선 진출:
영월체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 본선에 오르며 그 심미성과 기능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보기 좋은 글자’를 만드는 것을 넘어, 지자체 전용 서체가 도시의 위상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성시대를 맞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강병호 대표는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서 지자체의 브랜딩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서체는 도시의 ‘비주얼 앵커(Visual Anchor)’다
강병호 대표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서체를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닌, 도시의 정체성을 고정하는 닻(Anchor)이자 지워지지 않는 지문(Fingerprint)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때 그 특유의 폰트를 먼저 연상하듯, 도시 역시 서체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에게 강력한 첫인상을 심어준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포천시의 ‘오성과 한음체’는 개발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전국의 고속도로 전광판부터 동네 상점까지 점유하며 ‘포천’이라는 브랜드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영월체 역시 이제 대한민국 전역에서 국가의 비전을 전하는 메신저로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으로 접근하는 지역 브랜딩
강 대표의 작업 방식은 철저히 ‘사람 중심의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에 기반한다. 영월체의 성공 역시 지역 주민의 삶과 역사를 관찰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지자체 서체 개발은 최소 10개월 이상의 연구와 사후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체라는 씨앗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한 상품 개발, 교육, 선포식 등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도시브랜드연구소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도시를 경영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
도시브랜드연구소는 현재 경북 문경, 서울 마포 등 다양한 지역에서 비주얼 아이덴티티(VI) 시스템을 구축하며 유휴 공간 활성화 및 신규 브랜드 기획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는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을 설계하는 경영 컨설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병호 대표는 “서체는 도시의 정보를 전달하는 그릇이자, 주민들의 자부심을 담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영월체의 사례처럼, 지역의 작은 씨앗이 국가의 비전이 되고 세계의 찬사를 받는 과정은 곧 도시브랜드연구소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강병호 대표 프로필]
현) 도시브랜드연구소 대표
전) 윤디자인연구소 지역 서체 개발 및 영업 담당
주요 성과: 영월체 국가비전 공식 서체 채택 기여, 경북 문경 브랜드 서체 개발 등 다수 지자체 프로젝트 총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