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권을 본다는 것은 숫자를 읽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과 흐름을 해석하는 일이다. 매출 데이터가 있고 유동 인구 통계가 있어도, 막상 현장에 서면 판단은 쉽게 흐려진다. 이 자리가 정말 되는 자리인지, 아니면 잠시 반짝하다 사라질 위치인지. 창업자뿐 아니라 중개 현장에 있는 공인중개사들 역시 매번 같은 질문 앞에 선다.
김홍래의 『실전 상권분석 무조건 따라하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상권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상권을 ‘판단하는 방법’을 정리한 실무서에 가깝다. 이론이나 개념을 앞세우기보다, 초보 창업자와 투자자가 실제로 A급 점포를 가려낼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짚는다.
상권 분석을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이 눈에 띄는 이유는 분석의 단위를 ‘상권 전체’에 두지 않고, 점포 하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로 좁혀 내려간다는 점이다. 유동 인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자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반대로 골목 안쪽이라도 조건이 맞으면 충분히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사례 중심으로 풀어낸다. 상권을 지도 위에서가 아니라, 임대료와 동선, 업종 궁합이라는 현실적인 기준으로 재배치한다.
김홍래 대표의 시선은 특히 ‘초보자에게 위험한 착각’을 경계하는 데서 힘을 발휘한다. 권리금이 싸 보이는 점포, 공실이 길어 불안하지만 유망해 보이는 위치, 혹은 주변 개발 호재만으로 평가되는 자리들. 책은 이런 선택들이 왜 반복적으로 실패로 이어지는지를 조목조목 해체한다. 상권은 커지는데 점포는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 유동은 늘지만 매출은 따라오지 않는 이유를 현장 언어로 설명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대목은 상권 분석을 투자 기법이 아니라 판단 훈련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독자에게 “이 자리가 좋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같은 기준을 반복 적용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왜 이 동선이 중요한지, 왜 이 업종은 이 위치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지, 그리고 왜 어떤 점포는 유행이 바뀌어도 남는지를 묻는다. 상권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상권을 읽는 근육을 기르게 한다.
중개 현장에서 이 책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공인중개사는 늘 창업자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 서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낙관도, 과도한 경고도 아닌 설명 가능한 기준이다. 『실전 상권분석 무조건 따라하기』는 그 기준을 정리해 준다. 중개사의 설명이 추상적 조언이 아니라 구조적 판단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상권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될 것 같다는 느낌’에 의존할 때다. 이 책은 그 느낌을 데이터와 구조, 현장 경험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차분히 이어간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기준서가 되고, 중개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는 상담의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참고서가 된다.
상권은 변하지만, 판단의 기준은 축적된다. 김홍래의 이 책은 상권을 예측하는 법보다, 흔들리지 않고 판단하는 법을 먼저 묻는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는 안내서라기보다, 현장에서 반복해 꺼내보게 되는 실전 노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