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지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정해져 있는 일정이 없으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이지 천천히 간 것이지 감각이 없습니다.
신기한 것은 집에서 별일 없이 빈둥대도 회사에서 일할 때처럼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제가 백수인 것이 제일 실감 날 때는 주말입니다.
시간 제약이 없는 저에게는 매일 휴일인 셈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주말이 오면 묘한 낭패감이 듭니다.
‘계속 쉬었는데 또 쉬어야 하다니?’
일하는 사람만이 주말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반대로 “주일에는 일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은 ‘주중에는 일해라’는 뜻이 겹쳐 있습니다.
백수 생활 한 달을 돌아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긴 휴가를 받았다고 생각하자. 이 시간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가자.’
그동안 몸은 한가했지만, 마음까지 풀어 놓지는 못했나 봅니다.
코미디 같은 일도 있습니다.
퇴직금은 퇴직 후 보름이 지나서야 받았고, 실업급여는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뭐든지 그냥 척척 되는 것은 없나 봅니다.
준비가 소홀한 제 책임도 있고, 관련 제도에도 시간이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충분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마음껏 다니지 못한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집을 나선 것은 삼십일 중에 고작 네 번 뿐입니다.
묶여 있던 소는 풀어놔도 말뚝 주변을 빙빙 돈다지요.
제가 그 짝인가 봅니다.
이번 주에는 박물관에 다녀와야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미술관이고요.
혼자 영화관에도 다녀오고요.
붉은 동백꽃도 보고 싶습니다.
아직 초보라서 노는 것도 영 서툽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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