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과일 위에 매운 고춧가루를 뿌린다니, 처음 들으면 고개가 절로 갸웃해진다. 하지만 멕시코에서는 이것이 지극히 일상적인 식문화다. 망고, 파인애플, 수박, 오이 같은 과일 위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뿌리고, 여기에 라임즙까지 더하는 조합은 길거리 노점부터 가정 식탁까지 폭넓게 사랑받는다.
이 독특한 풍습의 핵심은 ‘타힌(Tajín)’이라 불리는 시즈닝이다. 타힌은 고춧가루에 라임, 소금이 섞인 조미료로,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간식의 기본 옵션에 가깝다.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사 먹는 과일 컵에도, 해변가 노점의 컵과일에도 빠지지 않는다. 단맛·신맛·짠맛·매운맛이 동시에 터지는 이 조합은 혀를 자극하는 동시에 묘한 중독성을 만든다.

왜 굳이 과일에 매운맛을 더했을까? 멕시코는 고추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나라다. 고추는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라 식사의 균형을 잡아주는 재료다. 더운 기후 속에서 땀을 유도해 체온을 낮추고, 라임의 산미와 소금은 갈증을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과일은 ‘디저트’가 아니라 ‘상쾌한 에너지 보충 간식’으로 재해석된다.
외국인에게는 문화 충격일 수 있지만, 멕시코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과일은 원래 이렇게 먹는 것”이라는 반응도 흔하다. 달기만 한 맛은 오히려 심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멕시코에서 과일을 그냥 먹으면 “아무것도 안 뿌렸어?”라는 질문을 듣기 십상이다.
요즘은 이 식문화가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슈퍼마켓에서도 타힌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한국에서도 망고에 고춧가루와 라임을 곁들이는 ‘이국적 간식’이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익숙함을 깨는 조합이지만, 한 번 맛보면 이해하게 된다. 달콤함 위에 얹힌 매운 킥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여행이 주는 진짜 즐거움은 이런 순간에 있다. ‘이게 정말 어울릴까?’ 싶은 조합이 그 나라에서는 일상일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문화의 감각을 맛본다. 멕시코의 고춧가루 과일은 그 대표적인 예다.
달콤함에도 매운 인생이 있다면, 그건 아마 멕시코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