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자유시와 현대 시조의 마침표 전략 비교
가. 자유시와 현대 시조의 마침표 전략의 차이
고시조에서 마침표 없는 문장은 전통적 시조창의 특성상 종결감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어 문법에서는 마침표가 없는 문장은 독립된 생각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 없는 끝맺음은 현대적 문법과 충돌할 수 있다. 그 해석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자유시와 현대 시조는 각각 독특한 문학적 특성과 규칙이 있다. 이들 간의 마침표 전략은 그 차이를 명확히 드러낸다. 형식의 고정성 및 유연성 측면에서, 현대 시조는 전통적인 고정 형식인 3장 6구 구조와 음보율, 종결 어미 등 일정한 형식적 규제를 따른다. 마침표는 이러한 고정 틀 속에서 정서적 흐름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 시조의 마침표는 종결 어미와 결합하여 시의 정서적 완결성을 강조한다. 그 사용은 구조적 안정성 및 예술적 미를 중시한다. 자유시는 형식적 제약이 적다. 시인의 정서와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유연한 갈래이다. 마침표의 사용 또한 더욱 다양하고 유동적이다. 시의 주제와 정서에 따라 다채로운 역할을 한다.
마침표의 정서적 기능 측면에서, 현대 시조의 마침표는 종결을 확정 짓는 기능을 하고, 정서적 봉합을 제공한다. 현대 시조의 구조는 각 장(章), 각 구(句)가 독립적이다. 마침표는 각 장의 끝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전체 시의 종결을 강조한다. 자유시에서 마침표는 때로는 정서의 여백을 통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불완전한 끝맺음을 통해 열린 해석을 유도할 수도 있다. 자유시는 그 형식의 특성상 마침표의 사용에 대해 다양한 기법을 실험할 수 있다. 그야말로 시인의 의도에 의한 선택의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자유시는 형식적 제약이 적다. 시적 정서, 사유와 상상력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갈래이다. 마침표의 사용 측면에서 매우 실험적이다. 그래서 다채로운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현대 시조는 고정된 형식을 따른다는 점에서 마침표 사용의 전략이 더욱 명확하다. 종결 어미가 명확하지 않은 시어를 채택한 상태에서도 생략하는 전통적인 규범을 따르는 사례가 많다. 이 차이점은 두 갈래의 마침표 전략을 비교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나. 자유시와 현대 시조 형식의 구조적 차이
현대 시조와 자유시는 태생부터 구조적·형식적 차이를 가진 시 갈래이다. 이는 3장 6구 구조를 바탕으로 고정 음보율과 종결 어미에 의해 정서의 흐름과 종결을 형식 내에서 자족적으로 구현한다. 반면, 자유시는 형식의 제약이 거의 없다. 그 대신, 행과 연의 배열, 문장 부호, 줄 바꿈 등의 시각적 요소와 언어적 실험을 통해 정서와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차이는 마침표 사용의 방식과 의미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유시는 마침표를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기호로 활용한다. 정서적 파열, 여운의 차단, 의미의 전환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현대 시조는 마침표가 없어도 리듬과 종결 어미만으로도 충분히 완결감을 줄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
다. 마침표 사용의 차이점
자유시에서 마침표는 시적 해석의 방향을 지시하거나 단절을 유도하는 강력한 기호로 작동한다. 시인은 구절마다 마침표를 통해 발화의 강도, 의미의 닫힘, 혹은 정서의 중단을 연출한다. 이러한 마침표 전략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과 해석적 자극을 제공한다.
반면,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는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그 역할은 보조적이다. 대부분 현대 시조의 종결은 종결 어미와 종장 리듬을 통해 이미 충분히 이루어진다. 마침표는 정서의 봉합 효과를 덧붙이는 선택적 기호에 불과하다.
라. 마침표 유무에 따른 정서 표현의 방식

이 표4를 통해 보듯, 자유시는 마침표를 해석과 정서 조절의 핵심 장치로 활용하는 반면, 고시조와 현대 시조는 마침표가 없더라도 형식 내부에서 정서의 흐름과 해석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특히 고시조의 경우, 마침표는 오히려 전통적 정서의 미를 저해할 수 있는 이질적 기호로 작용할 수 있다.
표4의 기준에 따라 분류한 현대 시조의 마침표 사용 유형별 기능 비교를 표5로 구성하였다. 아래와 같이 비교하여 살펴본다.

생략형은 고시조 답습이다. 정서적 효과 측면에서 리듬 중심으로 여백의 미를 통한 여운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독자가 정서를 더 깊게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해석의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여백을 남기고 해석의 열린 가능성을 제공한다. 독자는 시를 읽은 후, 그 여백의 미에서 묻어 나오는 여운을 계속해서 확장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인용한 황진이의 고시조는 마침표 없이 종결 어미만으로 정서를 마무리한다. 이는 고시조와 현대 시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삽입형은 현대 시조의 전략적 사용이다. 정서적 효과 측면에서 정서의 끝을 명확히 하여 독자가 해당 정서를 정리하거나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석의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마침표는 해석을 닫히게 하며, 정서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독자는 시가 전달하는 정서에 대한 명확한 결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인용한 한용운의 「심우장(尋牛裝)·1」과 안확의 「무궁화」는 초장, 중장, 종장의 끝마다 마침표를 찍었다. 장순하의 「백설의 장」은 초장에 물음표, 중장과 종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형식과 내용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정해송의 「낮달」은 초장, 종장의 끝 2곳에 마침표를 찍었다. 양동기의 「목욕탕 풍경」도 각 연마다 2곳씩 찍었다. 이는 현대 자유시와 결을 함께하는 시인의 의도임을 읽을 수 있다.
혼용형은 리듬과 긴장감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정서적 효과 측면에서 종장에만 마침표를 삽입하여 정서의 흐름을 조절한다. 때로는 초장에만 삽입한다. 감정의 흐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때 이 전략이 유효하다. 해석의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해석의 열린 부분과 닫힌 부분이 섞여 있다. 이에 독자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종결과 여운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인용한 조운의 「추운」에서는 종장에만 마침표를 찍었다. 현대 시조에서 종장에만 마침표를 찍는 것은 종결을 의미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김상옥의 「촬영」 1연에는 초장에만, 「강설」 2연에는 중장에만 마침표를 장치했다. 이는 심상과 정서를 계속 끌어내려는 의도이다. 신기용의 시조 「일출」은 초장 끝에만, 「농부의 길」은 종장 끝에만 마침표를 사용했다. 「일출」은 시적 시간적 분리를 위한 단절감 효과를, 「농부의 길」의 마침표는 행복한 정서의 고정화를 효과를 노린 것이다.
라. 갈래의 문법에 따른 마침표의 위상
자유시에서 마침표는 문학적 수사 장치의 일부로 기능한다. 현대 시조에서는 형식 외부에서 도입된 보조 기호에 가깝다. 자유시는 형식의 자유로 인해 기호 자체가 의미 생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현대 시조는 형식의 규율 속에서 기호 없이도 의미를 닫고 정서를 마무리할 수 있는 구조를 본래대로 갖춘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 시조의 마침표는 기능적으로 필수적이지 않다. 오히려 창작자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가변적으로 삽입하는 기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침표의 삽입이 항상 긍정적 효과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바르트(Roland Barthes)의 기표 흐름 이론에 따르면, 종결 기호는 오히려 독자의 능동적 해석 가능성을 제한하고, 시적 언어의 열린 의미를 고정 서사로 환원시킬 위험이 있다. 이는 현대 시조가 내포한 정서적 여백과 사유의 미완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떨림’의 공간을 봉합하는 기호적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마침표의 생략이 항상 정서적 여백을 효과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음악성과 구조적 리듬이 중요한 현대 시조 갈래에서는 마침표 생략이 정서적 흐름을 불명확하게 하거나, 종결감을 약화시켜 독자의 해석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의도된 여백보다는 오히려 문법적 단절 혹은 편집상의 실수로 오인하여 현대 시조의 구조적 완결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