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역사] 71. 쇼신왕 시대 류큐 왕국의 교통 혁명, 마다마미치와 마단바시가 만든 해양 제국의 동맥

슈리를 중심으로 완성된 중앙집권 교통망의 탄생

마다마미치와 마단바시, 군사와 경제를 잇는 국가 인프라

도로와 다리로 증명된 류큐 왕국 황금기의 행정력

류큐 왕국의 황금기를 이룩한 쇼신왕(尚真王, 재위 1477~1526)은 중앙집권 체제의 완성을 위해 군사와 행정을 동시에 지탱할 수 있는 국가 기반 시설 정비에 주력했다. 그 핵심이 바로 수도 슈리(首里)를 중심으로 구축된 교통망이다. 

 

특히 마다마미치(真珠道)와 마단바시(真玉橋)는 류큐 왕국이 단순한 섬나라를 넘어 조직화된 해양 제국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국가 인프라였다.

 

마단바시ⓒ오키나와포스트 AI 생성 이미지

 

마다마미치는 16세기 초, 쇼신왕 재위 말기에 완공된 약 4km 길이의 군사 도로이다. 이 도로는 슈리성에서 출발해 나하항 남부의 전략 거점인 야라자모리성(屋良座森城) 인근까지 직선으로 연결되었다.

 

당시 류큐 왕국은 해상 무역의 번영과 함께 왜구(倭寇)와 외적 침입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수도의 병력을 신속히 항구 방어선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였다.

 

마다마미치는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설계된 국가 직할 군사 도로였다. 노면은 류큐 석회암으로 단단히 포장되었고, 폭 또한 매우 넓어 대규모 병력과 물자가 동시에 이동할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마차 여러 대가 나란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장대한 도로였다고 전해진다.

 

마다마미치의 핵심 구간에는 고쿠바강(国場川)을 횡단하는 마단바시가 설치되었다. 이 다리는 초기의 목조 교량을 대신해 석조 아치교로 개축된 구조물로, 류큐 왕국의 토목 기술이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마단바시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슈리와 본도 남부를 연결하는 물류의 관문이었다. 남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공물은 이 다리를 통해 수도로 집결되었고, 왕부의 명령과 관리들도 이 길을 따라 이동했다. 군사적 기능과 경제적 기능이 결합된 국가 핵심 시설이었다.

 

마다마미치 이전 시대의 중요한 교통 유산으로는 장홍제(長虹堤)가 있다. 15세기 중반 축조된 이 해중 도로는 당시 섬처럼 분리되어 있던 나하항을 슈리와 육지로 연결했다. 이로 인해 행정 중심지와 무역항이 하나의 도시권으로 통합되었고, 나하는 국제 무역항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장홍제는 류큐 왕국이 ‘만국진량(万国津梁)’을 실현할 수 있었던 물리적 기반이었으며, 이후 쇼신왕 시대의 교통 정책으로 더욱 확장되었다.

 

쇼신왕은 수도뿐 아니라 지방 통제를 위해 숙도(宿道)라 불리는 간선 도로망을 정비했다. 각 마기리(間切, 행정구역)와 시마(シマ, 마을)는 숙도로 연결되었고, 조세 수송과 행정 명령 전달이 체계화되었다. 도로를 따라 봉수대와 연락 체계도 구축되어, 비상 상황 시 신속한 정보 전달이 가능했다.

 

이는 류큐 왕국이 군사·행정·물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중앙집권 국가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마다마미치와 마단바시는 단순한 길과 다리가 아니었다. 이는 왕권이 공간을 지배하고 행정력이 섬 전체에 미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쇼신왕이 무기를 몰수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안정적인 국가 인프라가 존재했다.

 

비록 1945년 오키나와 전투로 대부분의 교통 유산이 파괴되었지만, 일부 복원된 유구는 오늘날에도 류큐 왕국의 조직력과 기술력을 증언하고 있다.


 

쇼신왕 시대의 교통망 정비는 류큐 왕국이 중앙집권 국가로 완성되는 결정적 계기였다. 마다마미치와 마단바시는 군사·경제·행정을 하나로 묶는 국가 동맥이었으며, 해양 제국 류큐의 실질적인 통치 기반을 형성했다. 

 

쇼신왕이 구축한 교통 인프라는 류큐 왕국 황금기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길과 다리는 군대를 움직이고, 세금을 모으며, 왕권을 실현하는 수단이었다. 마다마미치와 마단바시는 오늘날에도 류큐가 왜 동아시아 해양사에서 독보적인 국가였는지를 설명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로 남아 있다.

작성 2026.02.08 09:19 수정 2026.02.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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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