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D 고위험 소견을 들은 부모에게, 왜 PCIT인가

진단보다 앞서 관계를 회복하는 개입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

부모를 치료의 주변인이 아닌 중심으로

[놀이심리발달신문] ASD 고위험 소견을 들은 부모에게, 왜 PCIT인가 홍수진 기자 

진단명보다 먼저 찾아오는 혼란

 

“아직 확진은 아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 고위험 소견이 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많은 부모의 머릿속은 빠르게 복잡해진다. 안도와 불안이 동시에 밀려오고, 곧이어 질문이 쏟아진다.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혹시 내가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ASD라는 세 글자는 단순한 의학적 용어가 아니라, 부모의 일상과 관계, 양육의 방향 전체를 뒤흔드는 신호로 다가온다.

 

특히 ‘고위험’이라는 표현은 애매하다. 분명한 진단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이 회색지대에서 부모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바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 앞에서 많은 부모가 조기중재, ABA,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같은 단어를 검색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부모와 아이의 관계 자체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진다.

 

이 지점에서 PCIT는 눈여겨볼 만한 선택지로 등장한다. PCIT는 진단명 이전의 불확실한 시기에, 특히 ASD 고위험 소견을 들은 가정에 현실적으로 잘 맞는 개입 방식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치료는 아이를 ‘교정’하는 것보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상호작용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ASD 고위험 시기에 개입이 어려운 이유

 

ASD 고위험 소견은 보통 또래에 비해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행동 조절에서 어려움이 관찰될 때 제시된다. 그러나 이 시기의 아이들은 발달 경로가 매우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어려움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점차 특성이 분명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불확실성이 부모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문제는 많은 개입 프로그램이 ‘진단 이후’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목표 행동이 명확하고, 훈련 구조가 비교적 경직돼 있어 고위험 단계의 아이에게 적용할 때 부모가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닐지, 혹시 지금의 접근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닐지 고민이 깊어진다.

 

PCIT는 이런 맥락에서 다른 위치에 있다. 이 접근은 진단 유무와 관계없이 적용 가능하며, 발달의 방향을 예단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 부모와 아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아이의 문제 행동이나 사회적 어려움을 부모의 양육 방식 탓으로 돌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부모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관계의 질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ASD 고위험 시기에는 아이의 행동이 부모에게 특히 해석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감정 조절이 어려운 모습이 반복되면 부모는 점점 자신감을 잃는다. PCIT는 이 악순환을 끊는 데 초점을 둔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부모가 아이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제공한다.

 

PCIT가 다른 조기중재와 다른 지점

 

PCIT의 핵심은 실시간 코칭이다. 치료자는 부모와 아이가 상호작용하는 장면을 관찰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아이의 신호를 읽는 법을 배운다. 이는 특히 ASD 고위험 아동에게 중요하다. 이 아이들은 종종 미묘한 신호로 의사를 표현하기 때문에, 부모의 민감성이 개입의 성패를 좌우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PCIT가 부모를 ‘치료의 보조자’가 아니라 ‘주체’로 세운다는 점이다. 많은 조기중재가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PCIT에서는 부모의 상호작용 변화 자체가 치료의 핵심 도구다. 이 접근은 부모에게 통제감을 되돌려준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따라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적 자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회적 관점에서도 PCIT의 장점은 분명하다. ASD 고위험 가정은 종종 정보 과잉에 노출된다. 수많은 치료 옵션과 상반된 조언 속에서 부모는 쉽게 소진된다. PCIT는 비교적 명확한 구조와 단계로 진행되며, 가정 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이는 부모의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개입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

 

전문가들 역시 PCIT가 고위험 시기에 적합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로 ‘유연성’을 꼽는다. 아이의 발달 변화에 따라 목표를 조정할 수 있고, 이후 다른 중재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PCIT는 단독 치료라기보다, 이후 개입의 기초 체력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가깝다.

 

불확실성의 시기에 필요한 개입의 조건

 

ASD 고위험 시기의 개입은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아이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둘째, 부모의 불안을 키우기보다 줄여야 한다. 

셋째, 장기적인 발달 경로를 막지 않아야 한다. PCIT는 이 세 조건을 비교적 균형 있게 충족한다.

 

PCIT는 놀이를 중심으로 시작한다. 아이에게 요구를 늘리기보다, 아이가 주도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한다. 이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고, 부모에게는 “우리는 여전히 잘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한다. 이 감각은 이후 어떤 개입을 선택하더라도 중요한 토대가 된다.

 

또한 PCIT는 문제 행동을 다룰 때도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명확한 한계를 세우되, 처벌보다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한다. ASD 고위험 아동에게 중요한 것은 규칙 그 자체보다, 환경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느껴지는가다. PCIT는 이 안정성을 부모의 반응을 통해 만들어간다.

 

무엇보다 PCIT는 “지금 이 선택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압박을 완화한다. 고위험 소견을 들은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PCIT는 관계 중심 접근을 통해, 어떤 발달 경로로 가더라도 손해가 되지 않는 선택지로 기능한다. 아이가 이후 ASD 진단을 받든, 그렇지 않든,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이 개선되는 경험은 남는다.

 

치료보다 먼저 관계를 묻다

 

ASD 고위험 소견을 들은 순간, 부모는 미래를 향해 뛰어가고 싶어진다. 혹시 놓치면 안 될 골든타임이 있는 건 아닐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 건 아닐지 걱정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아이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PCIT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진단을 서두르지 않고, 아이를 하나의 증상 집합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부모와 아이 사이의 상호작용을 회복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관계다. 고위험이라는 말 앞에서 부모는 종종 혼자가 된다. 그러나 PCIT는 부모를 치료의 중심으로 다시 불러온다. 아이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 가장 오래 함께할 사람의 힘을 신뢰하는 접근이다. 어쩌면 이 신뢰야말로, 불확실성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자원일지 모른다.

작성 2026.02.08 12:56 수정 2026.02.0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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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