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톨리아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의 해외 책임자인 칼리드 메샬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포럼에서 가자지구 내 대규모 교전은 멈췄으나 이스라엘의 침해 행위와 압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외부의 개입 없이 가자지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점령 상황에서의 무장 해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이번 분쟁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 사회의 주요 의제로 다시 부각시켰음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을 지역 전체의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는 중재 역할을 수행한 튀르키예, 카타르, 이집트에 사의를 표하며 이슬람 세계의 단결을 촉구했다.
침묵의 가자, 그 고요함이 두려운 이유
가자지구의 밤하늘을 찢던 포성이 멈췄다는 소식에 세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이 정적이 진정한 평화의 예고편일까, 아니면 더 큰 폭풍을 앞둔 폭풍전야의 기만일까. 카타르 도하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열린 '제17회 알자지라 포럼'. 그곳에서 만난 하마스의 영혼이자 목소리, 할리드 메샬(Khaled Mashal)은 지금의 국면을 '전략적 휘발성'이 극도로 고조된 위기라고 단언한다.
그의 눈빛에는 단순히 무장 단체의 수장으로서의 호전성이 아닌, 수십 년간 점령의 사슬에 묶인, 한 민족의 처절한 생존 본능이 서려 있다. "전쟁은 멈췄지만, 침략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그의 일갈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휴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공허한 수사인지를 뼈아프게 파헤친다. 이제 우리는 차가운 국제 정치의 논리를 넘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점령의 일상화'와 그 이면의 거대한 수싸움을 들여다보려 한다.
점령의 일상화, 전쟁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할리드 메샬은 작금의 상황을 '집단학살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일 뿐, 팔레스타인 민중이 겪는 존재적 고통과 권리 침해는 단 일 초도 중단되지 않았다고 정의한다. 대규모 폭격은 멈췄을지 모르나, 서안지구와 가자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압박과 위반 행위는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집단학살'이라는 극단적 용어를 선택한 것은 국제 사회의 무관심을 깨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가자의 비명은 멈췄을지 모르나, 점령의 발톱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의 목을 겨누고 있다"라는 그의 말은, 인도적 위기를 넘어선 정치적 말살 시도를 경고한다. 즉, 이스라엘이 대규모 군사 작전 대신 '점령의 고착화'라는 더 교묘하고 장기적인 침략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아크사 홍수'가 바꾼 세계의 눈
메샬은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망각의 늪에서 건져 올렸다고 평가한다. 이는 단순히 총성으로 시작된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정당성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변곡점이었다.
특히 그는 서구권의 대학가와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한다. 이스라엘이 과거 수십 년간 누려왔던 홍보 우위와 도덕적 명분이 젊은 세대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 되었지만, 메샬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단순한 종이 위의 승인을 넘어, 이스라엘의 폭주를 물리적으로 저지할 국제 사회의 실천적 행동이 없다면 국가 승인은 허울뿐인 면피"라고 일침을 가한다.
"가자의 주인은 오직 팔레스타인뿐"
전후 가자지구의 통치를 두고 국제 사회에서 거론되는 '신탁 통치'나 '외국 세력 관리' 시나리오에 대해 메샬의 반응은 단호하다 못해 서슬 퍼렇다. 그는 "가자는 가자 사람의 것이며,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인의 것"이라는 자결권의 원칙을 성역으로 규정했다.
재건을 빌미로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지정학적 기획도 하마스와 민중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도하 포럼의 현장에서 그는 외부 세력의 간섭을 '또 다른 형태의 점령'으로 규정하며, 가자의 미래는 오직 팔레스타인 스스로 선택과 피로써 결정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사막의 모래바람보다 더 거친 그의 목소리는 주권을 향한 타협 없는 의지를 드러낸다.
무장 해제라는 기만과 '존재적 위협'의 실체
메샬은 국제 사회의 하마스 무장 해제 요구를 '이상한 역설'이라 비판한다. 점령하에 놓인 민족에게 방어 수단을 버리라는 것은 곧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선언과 같다는 논리다. 그는 특정 밀리샤 조직의 무기는 합법화하면서 정당한 저항권은 부정하는 국제 사회의 이중잣대를 고발했다.
나아가 그는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만의 적이 아닌, 요르단과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전체의 ‘존재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스라엘의 팽창주의가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발원지임을 강조하며, 국제 사회에서 소외된 '파리아(Pariah) 국가'로 낙인찍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