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독해력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소리 내어 읽지만 남는 것이 없는 이유

독해 부진의 원인은 사고 과정에 있다

질문과 말하기로 이해의 구조를 세우는 코칭 전략

[AI 이미지 생성] 읽고 있지만 이해를 못하고 있는 아이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6학년 A는 국어 시간에 지문을 또박또박 읽는다. 읽는 속도도 느리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글이 무슨 이야기였지?”라는 질문을 하면 A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이렇게 말한다.
“잘 모르겠어요.”

 

객관식 문제에서는 보기의 표현을 따라 어느 정도 답을 고르지만, 요약이나 설명을 요구하면 손을 대지 못한다. 부모와 교사는 집중력 부족이나 독서량 부족을 의심했지만, 반복 지도에도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그리고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아이는 정말 ‘독해력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일까'

이 질문에서 코칭은 시작됐다.

 

1. 문제 진단: 의미를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

 

이 사례의 핵심 문제는 읽기 능력이 아니라 독해 과정의 결손이다.

 

첫째, A는 문장을 눈으로 따라가고 소리로 읽는 데서 읽기를 끝낸다. 읽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연결하거나 정리하지 않는다. 문장이 문장으로 남지 않고, 의미 단위로 묶이지 않는다.

 

둘째, 글을 읽는 동안 내적 질문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앞 문단과 어떤 관계일까?” 같은 질문 없이 텍스트를 통과한다. 그 결과 글 전체의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

 

셋째, 개별 단어의 뜻은 알고 있으나 ‘이유, 결과, 주장, 비교’처럼 사고를 조직하는 개념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는 어휘량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언어 체계의 미형성 상태다.

 

2. 코칭 방향 설정: 정답 훈련이 아니라 이해하는 절차를 배우기

 

이 사례에서 코칭의 방향은 명확했다. 이해하는 절차를 배우기. 따라서 목표는 문제를 많이 맞히는 것이 아니라 글의 구조를 인식하는 힘, 읽으며 생각을 멈추고 점검하는 습관, 이해한 내용을 말로 조직하는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두었다.

 

3. 단계별 코칭 전략


① 읽기 전: 구조 예측부터 시작

지문을 바로 읽히지 않았다. 제목을 보고 글의 종류를 먼저 분류하게 했다.

“이 글은 설명하는 글일까,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일까?”
“이 글에서 나올 핵심을 한 문장으로 말해 보자.”

이 단계의 목적은 정답이 아니라 생각을 담을 틀을 미리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② 읽는 중: 요약 대신 문단의 역할 묻기

문단 요약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질문했다.

“이 문단은 앞에서 한 말을 설명하는 부분이야, 아니면 새 이야기를 시작하는 부분이야?”
“이 문단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은 어디 같아?”

이를 통해 A는 문단을 단순히 정보의 덩어리가 아니라 기능을 가진 구조 단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③ 읽은 후: 말로 설명하는 과정 코칭

이해 점검은 문제 풀이가 아니라 말하기로 진행했다. A가 읽은 내용을 교사에게 설명하게 하고, 중간에 끊지 않았다. 

표현이 어색해도 끝까지 말하게 했다. 

 

설명이 끝난 뒤 교사는 이렇게 정리해 주었다.

“네가 말한 걸 정리하면, 이 글은 ○○을 설명하는 글이고, 이 문장이 중심이야.”

말하기는 이해 점검이자 사고를 구조화하는 훈련 도구로 작동했다.

 

④ 문제 풀이: 정답보다 생각의 흔적 남기기

문제를 풀 때 반드시 왜 이 답을 골랐는지, 지문 어디를 근거로 삼았는지를 표시하게 했다.

정답 여부보다 판단의 경로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4. 부모 코칭: 질문과 경청으로 사고를 끌어내기
 

 

부모에게 가장 먼저 전달한 메시지는 단순했다.

“아이가 대충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집중력 문제로 단정하지 말 것.”

 

가정에서는

“이 글은 무슨 이야기 같아?”

“이 부분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해?”라고 질문하도록 안내했다.

 

요약을 시키기보다 아이 말로 설명하게 하고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가 핵심이었다.
부모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 사고를 끌어내는 청중의 역할을 맡았다.

 

5. 코칭 결과: 이해 상태를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힘의 회복

 

[AI 이미지 생성] 자신이 읽은 내용을 말로 설명하는 아이

약 8주 후, A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지문을 읽고 “이 글은 ○○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에요”라고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다.
요약은 여전히 짧았지만 핵심 문장을 고르는 정확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이 부분이 헷갈려요”라고 자신의 이해 상태를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독해력 향상 이전에 학습 불안을 낮추는 결정적인 변화였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결론은 분명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라 이해하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아이다. 독해 지도는 문제집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이의 생각을 꺼내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작성 2026.02.09 01:26 수정 2026.02.0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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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