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역사] 73. 류큐(琉球)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유구(流求)에서 류큐(琉球)로, 국호에 담긴 외교 전략

중국 책봉 체제가 만든 해상 무역 국가의 기틀

일중양속(日中兩屬) 450년, 사라지지 않은 류큐 왕국의 이름

류큐 왕국(琉球王國)은 군사력보다 외교와 교역으로 생존한 독특한 국가였다. 그 중심에는 ‘류큐’라는 국호와 중국과의 책봉(冊封)·조공(朝貢) 관계가 있었다. 이 명칭과 외교 질서는 단순한 호칭이나 의례가 아니라, 류큐가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적 정체성이었다.

 

책봉과 조공, 그 외교의 바다 위에서 탄생한 류큐라는 이름 [사진=AI 생성]

 

류큐라는 이름은 중국 사서 수서(隋書, 636년)에 처음 등장한다. 이때의 표기는 유구(流求)였으며, 바다를 떠돌다 구조를 요청하는 존재라는 의미가 담긴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었다. 이후 유귀(流鬼), 유구(留仇) 등 부정적 표기가 혼재하며 사용되었다.

 

전환점은 명나라 시기였다. 14세기 후반, 중국 조정이 오키나와의 세 나라를 책봉하면서 ‘옥(玉)’ 변을 사용한 류큐(琉球)라는 표기를 공식화했다. 

 

류큐 왕부는 이 표기를 적극 수용했다. 보석을 뜻하는 한자는 국가의 위상과 문명성을 상징했고, 대외적으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오키나와(沖縄)는 외부 명칭이 아니라, 현지에서 본섬을 부르던 ‘우치나’에서 비롯된 자칭이었다. 즉, 류큐는 국제 외교용 국호와 내부 지명을 분리해 사용한 이중 구조를 지닌 국가였다.

 

류큐와 중국의 공식 외교는 1372년, 중산왕 찰도(察度)가 명나라 홍무제의 요청에 응하면서 시작되었다. 책봉은 황제가 국왕을 승인하는 의식이었고, 조공은 그에 대한 외교적 응답이었다.

 

이 체제는 류큐에 세 가지 핵심 이익을 제공했다. 첫째, 국왕 권력의 정통성이 보장되었다. 지방 안지(按司)들과 구별되는 초월적 권위가 형성되었다. 둘째, 명나라와의 조공 무역이라는 독점적 통로가 열렸다. 셋째, 문화와 기술이 유입되었다. 특히 1392년 파견된 민인삼십육성(閩人三十六姓)은 외교 문서, 항해술, 선박 기술을 전수하며 국가 운영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국왕이 즉위할 때마다 중국은 수백 명 규모의 책봉사(冊封使)를 파견했다. 이들은 수개월간 류큐에 머물며 의례를 집행했고, 동시에 대규모 교역을 진행했다. 

 

중국은 조공품보다 훨씬 값비싼 답례품을 하사하는 후왕박래(厚往薄來) 원칙을 유지했기 때문에, 류큐는 이를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재유통하며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이 구조 덕분에 류큐는 군사 국가가 아닌, 중계 무역 국가로 번영할 수 있었다.

 

1609년 사쓰마 번의 침공 이후 류큐는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단절되지 않았다. 사쓰마 역시 조공 무역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류큐는 중국과 일본 양쪽에 형식적으로 속하는 일중양속(日中兩屬) 체제를 유지했다.

 

이 시기에도 류큐는 끝까지 ‘류큐국(琉球國)’이라는 국호를 고수했다. 국호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외교적 생존 전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류큐라는 명칭과 중국의 책봉 체제는 외교, 무역, 문화가 결합된 국가 생존 전략이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류큐가 왜 군사적 팽창 없이도 450년 이상 존속할 수 있었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오키나와 역사와 동아시아 해양사의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시각을 제공한다.


 

‘류큐(琉球)’라는 이름은 외부에서 주어진 호칭이 아니라, 국제 질서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다듬은 국가 정체성의 결정체였다. 책봉과 조공은 굴종이 아닌 전략이었으며, 류큐 왕국은 이를 통해 바다 위의 평화 국가로 존재할 수 있었다. 이 국호가 19세기 말까지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이름이 곧 역사였음을 증명한다.

작성 2026.02.10 06:57 수정 2026.02.1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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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