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나가족의 ‘하늘에서 내려온 뱀의 약속’
안녕하세요. 김미희입니다. 신화는 신들의 기록이 아니라 두려움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인간의 초상이지요. 그래서 신화는 역사보다 오래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 한복판에서 이야기로 깨어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자, 함께 가볼까요. Let’s go.
오늘은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의 끝자락과 밀림이 만나는 땅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나가족의 오래된 신화, ‘하늘에서 내려온 뱀의 약속’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세상에는 아직 길보다 숲이 많았고 사람과 짐승의 언어가 완전히 갈라지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 시절, 나가 사람들의 조상은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뱀, 나가에게서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그 뱀은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라 비와 풍요, 지혜를 품은 하늘의 사자였지요. 어느 날, 뱀의 어머니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의 피에는 숲의 기억이 흐르고 있다. 칼보다 약속을 먼저 들라.”
그래서 나가족은 전쟁보다 의식을, 정복보다 균형을 먼저 배웠습니다. 집의 기둥에는 뱀의 무늬를 새기고, 문에는 조상의 이야기를 걸어두었지요. 뱀은 그들을 지키는 수호령이자 다시 숲으로 돌아가야 할 길의 표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늘 시험을 맞이합니다. 젊은 전사가 자신의 용맹을 증명하기 위해 숲 깊은 곳의 신성한 뱀을 죽이려 했던 날, 하늘은 갑자기 입을 다물고 비는 멈추었습니다. 땅은 갈라지고, 사람들의 꿈에서는 노래가 사라졌지요. 그때 가장 오래된 주술사가 뱀의 허물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피로 태어났지만, 약속으로 살아간다.”
그 말과 함께 비는 다시 숲을 적셨고 죽은 뱀은 물속으로 사라져 강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나가의 노인들은 불가에 둘러앉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땅을 떠나는 날, 몸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약속을 지킨 기억은 숲에 남는다고. 그래서 나가의 숲에는 길이 적습니다. 함부로 베지 않고, 함부로 다니지 않기 때문이지요. 나무 사이를 미끄러지는 바람과 그림자는 지금도 조상의 혈맥처럼 이어지며 속삭입니다.
“우리는 뱀의 자손이 아니라, 약속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오늘 밤, 숲에서 바람이 유난히 길게 몸을 틀며 울린다면 그건 뱀이 지나간 자국일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이 아니라 기억하라는 신호로 말이지요.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김미희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