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인공지능 산업이 ‘기술적 가능성의 시대’를 지나 ‘제도와 책임의 시기’로 이동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생성형 AI가 촉발한 혁신의 파도가 사회 전반을 휩쓴 이후, 각국은 더 이상 기술의 속도만을 경쟁하지 않는다.
이제 AI는 국가 안보와 산업 생존, 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요구받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책임을 명문화한 한국의 선택
한국은 2026년 1월 22일을 기점으로 AI 기본법을 본격 시행하며 제도적 전환을 선언했다.
이 법은 기술 활용을 제한하기보다는 위험을 분류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인간 감독 의무와 생성형 AI 결과물의 표시 기준은
산업 성장과 사회 안전 사이의 균형을 제도화한 장치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규제 준수 비용과 해석의 불확실성을 우려하지만,
반대로 명확한 기준이 글로벌 시장 진입의 신뢰 자산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보안 기업 AI스페라가 공격 표면 관리와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영역에서 서구권 시장에서 성과를 낸 사례는,
규제 기반 신뢰 모델이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형 AI 거버넌스가 ‘규제’가 아닌 ‘표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군사 AI, 말하지 않는 강대국
스페인 아코루냐에서 열린 ‘군사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AI’ 정상회의는 AI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다수 국가가 책임 원칙에 동의했지만, 미국과 중국은 선언문 서명을 거부했다.
이 선택은 AI가 단순한 산업 기술을 넘어 전략 무기 체계로 편입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윤리와 통제를 논의하는 동안, 강대국은 기술 주권과 안보를 우선에 두고 있다.
개방과 협력의 담론은 안보 현실 앞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2026년은 군사 AI를 둘러싼 침묵이 곧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킨 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 시장의 냉정한 재편
자본 시장도 변했다.
AI라는 이름만으로 투자가 이뤄지던 시기는 사실상 종료됐다.
투자자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명확히 구분하며 실질 가치를 요구한다.
2월 서울에서 열린 SEMICON Korea 2026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VIDIA가 참여해 메모리 반도체와 AI 연산 인프라 중심의 협력 구도를 강화했다.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 등 물리적 기반을 확보한 기업들이 투자 우위를 점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
반면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명확한 수익 구조와 운영 효율을 증명하지 못하면 자본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이런 환경 속에서 OpenAI와 SpaceX의 기업공개 준비는
기술 기업 중심의 승자 집중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의 규제 속 혁신 실험
유럽은 다른 길을 택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를 기반으로
통합 커머스 모델을 확장하며 운영 효율 개선에 집중한다.
자동화된 의사결정과 실시간 데이터 결합은 유통과 소비 경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동시에 유럽연합은 AI Act를 중심으로 데이터 주권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로 이어지며 미국 중심 기술 기업과의 정책적 긴장을 키운다.
유럽발 규제 프레임워크는 단순한 지역 정책을 넘어 글로벌 표준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2026년 AI 산업은 법제화, 안보 전략, 자본 선택, 규제 혁신이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기술의 가능성보다 책임과 신뢰, 그리고 수익성이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론적으로
AI는 더 이상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국가 전략과 시장 질서, 사회적 가치가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속도 경쟁의 시대가 끝난 지금, 각국과 기업, 개인은 어떤 기준으로 AI를 선택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2026년의 결정들이 향후 10년의 기술 질서와 삶의 방향을 규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