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천은 와인과 별빛 축제로 알려진 도시지만, 또 하나의 상징적 공간이 있다. 바로 만불 산 자락에 자리한 만불사다. 지난 12일 현장을 직접 찾았다. 단순한 사찰 방문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충격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산을 따라 굽이 진 길을 오르는 동안 도시의 소음은 점차 사라지고, 고요함이 공간을 지배한다. 그리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압도적인 조형물의 존재감이 시야를 장악한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체감할 수 없는 규모와 분위기, 그것이 이곳의 첫인상이었다.
이번 탐방은 단순한 사찰 소개가 아니라, 왜 이 공간이 전국 불자와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지 현장에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만불산은 해발이 높지 않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전망이 시원하게 열리는 지형을 갖고 있다. 이 산 정상부에 자리한 만불사는 이름 그대로 ‘만 개의 불상’을 상징하는 사찰이다.
사찰 입구에서 부터 느껴지는 스케일은 일반 산사와 다르다. 전통적 목조 건축의 아늑함보다, 거대한 조형 불상과 현대적 불사가 결합 된 공간 구조가 특징이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참배를 위해 찾기보다는, 하나의 상징적 조형물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불상을 직접 보고 싶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황동 특유의 금빛 광택이 햇빛을 반사하며 시간대에 따라 색감이 달라진다며 “아침에는 은은하고, 정오에는 강렬하며, 해질녘에는 붉은 기운이 감돈다. 이 변화 자체가 하나의 장면 연출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 사찰이 단순 종교 공간을 넘어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불사의 상징은 단연 황동와불열반상이다. 길이 약 13m에 달하는 대형 황동 불상이다. 누워 있는 부처의 열반 장면을 형상화한 이 불상은 황동으로 제작된 초대형 와불이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크기의 체감은 배가 된다. 발끝에서 머리까지 이어지는 길이와 높이는 방문객의 시야를 완전히 장악한다. 단순히 ‘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의 스케일을 압도하는 조형물 앞에서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게 된다.
열반은 부처가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완전한 해탈에 이르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 와불은 단순한 대형 조형물이 아니라, 죽음과 깨달음, 삶의 본질을 상징하는 메시지를 공간 전체에 던진다.
황동와불열반상 발바닥을 만지면 부처님의 가피로 소원이 이루어지고 업장이 소멸 되는 공덕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아기를 원하는 부부에게는 자식의 기쁨을,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건강한 삶을, 잘못을 행한 사람에게는 새삶의 환회를, 경제적 고통을 받는 사람에게는 풍요를, 시험을 준비하는 자에게는 합격의 기쁨을 준다고 한다.
현장에서 촬영을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이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물리적 크기 뿐 아니라 공간 전체가 주는 공기감과 분위기 때문이다.
와불과 함께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불상이 있다. 높이가 33m로 바로 아미타영천대불이다. 이 불상은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아미타불을 형상화한 대형 좌불이다.
아미타영천대불은 서방정토의 주불로,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는 참배객들이 조용히 합장 한 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와불이 압도적 스케일로 시각적 충격을 준다면, 아미타영천대불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평온한 분위기를 만든다.
두 불상은 서로 다른 상징을 지닌다. 하나는 열반, 다른 하나는 구제와 인도다. 이 대비가 만불사의 공간적 구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만불사는 종교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지역 관광 자원으로 기능한다. 영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별빛 축제나 와인 체험과 함께 이곳을 일정에 포함 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과제도 존재한다. 거대한 조형물 중심의 관광은 일시적 관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지속 가능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과 불교 문화 해설 프로그램, 체험형 콘텐츠가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접근성 개선과 주변 인프라 확충 역시 중요한 요소다. 산 정상이라는 지리적 특성 상 교통과 편의 시설은 방문객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만불산 정상에서 마주한 황동와불열반상과 아미타영천대불은 단순한 대형 불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죽음, 구원과 해탈이라는 불교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상징물이었다.
경북 영천의 또 다른 얼굴, 만불사는 종교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스케일,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공간의 공기감,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기도의 분위기. 만불사는 여전히 진행형 공간이다. 종교와 관광,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이 사찰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만불산 정상에 세워진 거대한 조형물은 단순 관광 명소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 한국 불교가 선택한 하나의 언어다. 거대함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다.
영천의 하늘 아래, 두 불상은 오늘도 침묵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