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량제 시행 30주년을 맞아 자원순환 정책의 구조적 전환을 촉구하는 13개 정책 과제가 공개됐다. 감량과 재사용을 중심으로 전자폐기물, 음식물 자원화, 거버넌스 개편까지 전 주기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 자원순환 정책이 ‘처리 중심 관리’에서 ‘발생 억제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월 12일 서울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종량제 30주년 포럼’ 마무리 간담회에서는 지난 6개월간 진행된 논의 결과를 종합한 13개 정책 과제가 발표됐다. 이번 제안은 감량 및 재사용, 재활용 및 분리배출, 대형·전자폐기물, 음식물과 바이오매스, 수집·운반·처분, 거버넌스 구축 등 6대 분야를 아우른다.

발제를 맡은 관계자는 “쓰레기 문제는 사후 처리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직매립 금지 이후 소각 의존이 구조화되지 않도록 감량을 전제로 한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종량제 봉투 내 배출 품목을 세부 분석해 감축 우선 대상을 설정하고, 품목별 실행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는데,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구조적 감량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술 부족보다 인프라 미비가 핵심 과제로 지적된 재활용 분야에서는 기저귀 등 재활용 가능 자원이 있음에도 국내에는 상용화된 처리 기반이 부족해 대부분 소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 참석 단체는 “유럽과 일본은 이미 공공 수거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서울 역시 정책적 결단을 통해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음식물 관리 체계의 현실적 한계도 도마에 올랐다. 가정용 분쇄기 설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단속 중심 대응만으로는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판매 규제 보완과 잔재물 배출 기준 명확화, 표시 의무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수리권’ 문제 역시 구조적 개선 과제로 언급됐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지자체 조례만으로 기업에 대한 직접 규제가 어렵고, 관련 조항이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보이므로 한 전문가는 “부품 가격과 공급 구조 개선 없이는 수리 생태계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다회용기 확산을 위해서는 서울 내 공공 세척 인프라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왔는데, 현재 상당 물량을 외곽 시설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간과 처리 능력의 제약이 크기에 참석자들은 “공공 차원의 세척 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폐기물 관리 체계는 행정 부서 간 분절 문제가 지적됐다. 2차전지, 폐가전, 재사용 관련 업무가 나뉘어 있어 협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 실행력을 확보할 통합 태스크포스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장례식장 다회용기 도입 확대, 재활용 선별장 노동환경 개선, 공공 음수대 확충, 1회용품 규제 강화 입법 요구 등 다양한 현안도 함께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서울 자원순환 정책이 분절된 관리 체계를 넘어 ‘전주기 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과 안전한 시스템 속에서 시민과 행정이 함께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리된 정책 제안은 서울시와 시의회에 전달될 예정이며, 관련 자료는 공개 배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