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의 중심가인 코번트리 스트리트에서 열린 라마단 기념 점등식이 있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약 31,000개의 LED 전구를 사용하여 도심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다문화 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디크 칸 시장은 개막식에 직접 참여하여 런던이 서구권 최초로 이러한 전통을 시작했음을 강조하며 화합과 다양성의 가치를 전달했다. 기하학적 문양과 축하 메시지가 담긴 이 조명 시설은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특별한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전시는 3월 19일까지 매일 저녁 정해진 시간에 운영되며 도시의 포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만난 포용의 빛... 소외된 이들을 품는 대도시의 담대한 용기
안개가 내려앉은 런던의 밤, 차가운 보석처럼 빛나던 웨스트엔드의 네온사인 사이로 낯설지만, 포근한 빛의 물결이 흐르기 시작했다. 2026년 봄, 런던의 심장부인 피카딜리 서커스와 코번트리 스트리트는 더 이상 상업적인 욕망만이 들끓는 공간이 아니다. 31,000개의 LED 전구가 일제히 숨을 쉬며 만들어낸 "Happy Ramadan"이라는 문구는, 서구 문명의 한복판에서 이슬람의 신성한 가치를 노래하며 도시의 영혼을 위로한다. 이는 단순한 축제의 장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신념과 혈통이 뒤엉켜 살아가는 현대 도시가, '타자'를 '우리'로 받아들이기 위해 내디딘 가장 눈부신 발걸음이다.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범람하는 시대, 런던의 밤하늘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공존의 비결을 추적해 본다.
낯선 빛이 도시의 혈맥을 흐르기까지
런던이 이 담대한 시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23년의 일이다. 서구 대도시로서는 최초로 라마단 기간을 기념하는 대규모 조명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세계는 술렁였다. 기독교적 전통이 뿌리 깊은 유럽의 수도에서 이슬람의 문화를 도시의 가장 화려한 중심가로 끌어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런던은 더 이상 단일한 색깔의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성'이라는 추상적인 구호를 어떻게 시각적인 감동으로 치환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과 아지즈 재단의 끈질긴 협력은, 종교적 색채를 넘어 '환대'라는 보편적 인류애를 도시의 인프라 위에 구현해 냈다.
31,000개의 전구가 써 내려간 화합의 서사시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 빛의 행진은 이제 런던의 확고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31,000개의 LED 전구는 이슬람 예술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을 현대적인 미학으로 재해석하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이 빛의 주인공은 단순히 전구가 아니다. 파키스탄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런던의 수장이 된 사디크 칸 시장, 그리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라히마 아지즈와 같은 리더들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권력의 언어가 아닌 '빛의 언어'를 선택했다. 가장 상업적인 거리에서 가장 경건한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런던이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품격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거다.
피카딜리의 밤, 경계를 허무는 찰나의 순간들
조명은 매일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런던의 심장부를 밝힌다. 3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 빛의 향연 속에서 피카딜리 서커스를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무슬림 청년들은 자신의 문화가 도시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자부심에 어깨를 펴고, 비무슬림 관광객들은 그 생경한 아름다움 앞에 멈춰 서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경험'이다. 낯선 문화를 아름다움으로 먼저 접하는 순간, 심리적 장벽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사디크 칸 시장은 현장에서 "라마단은 절제와 기억, 그리고 연대의 시간"이라며, 이 빛이 런던의 모든 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가 되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