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노동하는 것은 낮은 계급들이 하는 것이고 노동하지 않은 것이 유한계급”이라고 정의하고, “유한계급들은 자신들이 다른 계급들과 다르기에 과시적 소비, 과시적 여가가 중요하다. 이러한 소비는 개인이 소비라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제도 즉 자신의 속한 사회의 습관과 의식에 따라 행해지는데”, 부자인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과시적 소비자가 되어 우월감을 자랑한다.
따라서 이들은 “낮은 가격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으며, 남들과 대비되어 우월감을 얻기 위하여 고가의 사치재를 소비한다. 따라서 사치재의 가격이 상승할수록 구매자도 늘어난다. 이러한 사치스러운 소비의 형태는 명품 소비와 유사하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상류층에서 중류층으로까지 전달되어 하류층에서는 짝퉁 소비로도 이어진다.”라고 일반적인 수요 공급의 법칙에 반한 부자들의 소비 행태를 지적했다
반면에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도덕 감정론』에서 “사람들은 부자가 누리고 소비하는 것들로 인해 동감을 보이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부자가 얻는 동감과 명품 가방이 주는 동감은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명품 가방이 부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가 처한 재정적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부에 대해서는 보는 그대로 판단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징된 부를 구입함으로써 구입한 사람은 쉽게 사람들에게 동감을 얻게 된다. 명품 가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명품 가방을 갖기 위해 겪었던 고생, 근심과 굴욕들도 보상해 준다고 사람들은 믿는다.”라고 말하고, 『국부론』에서도 오늘날 “상업사회는 끊임없이 허영심과 이기심, 탐욕을 조장하고, 항구적으로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사회이다. 어느 사회라도 그 구성원의 대부분이 가난하고 비참하다면 번영하는 행복한 사회일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명품 가방을 소지하지 못한 대중은 명품 가방을 모방한 짝퉁가방을 소비하는 등 키치 문화를 생활화하며 동감하게 되는 것이다. 빈부의 격차는 부자는 명품을, 가난한 사람은 짝퉁(키치 제품)으로 각기 다른 형태로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게 된다.
독일의 경제전문가 페터 노일링은 그의 저서 『부의 8법칙』에서 “왜 빈부의 차이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인간의 욕구와 부와 관계를 광범위하게 조사 연구한바, 부자들의 생각과 소비 성향의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제1법칙, 부가 증가할수록 삶을 즐기기 위한 지출이 늘어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복지 상태가 좋아지면 더 이상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으며 이는 물질적으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과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단 세대들과는 돈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부러워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깎아내리고 자신의 것은 미화한다. 그리고 생활 형편이 좋아지면 형편이 나빴을 때보다 이웃과의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한다.
제2법칙, 부가 증가할수록 타인을 위한 지출이 많아진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약간 과장해 표현하면 강자의 권리에서 약자의 권리로 부를 만한 태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좋은 목적을 위해 지출할 의향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반면에 추진력과 자립심이 사라지고 자신의 뜻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는 추진력과 독선이 생기고 경우에 따라 게으른 사람들이 부지런한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착취하는 경향이 증가한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제3법칙, 부가 증가할수록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부유한 사회는 극히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주의 정부를 이루어냈다. 반대로 가난하고 복지가 열악한 나라들은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권위적인 정부를 가진다.
제4법칙, 부가 증가할수록 돈보다 시간의 가치를 중시한다.
제5법칙, 부가 증가할수록 경제 활동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에 더 민감해진다. 살만해야 의식도 바뀐다.
제6법칙, 부가 증가할수록 목표를 이루는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제7법칙, 부가 증가할수록 문제 해결 방식이 집단적이기보다는 개인적이다.
제8법칙, 재산권 침해보다 인격권 침해를 더 심각하게 여긴다.
위의 글은 개인과 국가 간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종합적으로 부의 증가와 가치의 변화 실태를 분석한 결과, 부가 증가할수록 인간의 행동 양식의 변화 모습을 지적했다.
부가 증가할수록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궁핍한 생활을 해온 사람은 나중에 부자가 되었어도 부자들의 베불린 문화 습성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그런 결과,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구입했으나 차가 아까워서 동시에 또다시 소형 승용차를 이중으로 구입해서 평소에는 소형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가 부자들과 어울릴 때나 자신을 과시할 모임에 참석할 때만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바로 궁핍했을 때 생활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도 전집류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졸부들의 장식용서가 비치용으로 전집류가 많이 팔렸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인 것처럼 과시하려다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허비한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가 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은 허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부자들의 문화 습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화 습성은 문화 재생산된다. 어렸을 때부터 고급 생활문화를 경험해 보아야 어른이 되어서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도시 변두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농부가 땅값이 상승하여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졸부들은 부자들의 생활문화를 누리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궁핍한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부자이지만 가난한 사람의 생활 문화로 살아간다. 남을 위해 베풀지 못하고 오직 부를 축척하는 데만 집중한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졸부들이 많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대로다. 오늘날 평균 수명이 늘어나 이 속담도 “세 살 버릇 납골당까지 간다.”라고 바뀌었다. 부를 축적했으나 페터 노일링의 『부의 8법칙』과는 무관하게 궁핍한 생활습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참으로 불쌍하다. 자기가 축적해 놓은 부는 납골당까지 가져가지 못하고 살아있는 가족에게 남기고 간다. 사후에 남긴 부로 인해 남은 가족들마저 뿔뿔이 흩어지게 하지 않았다면 천만다행일 것이다.
성경의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구절은 부자들의 생각과 행동 양식을 압축한 말일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