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내가 너라면

최민

어쩌다 남의 것을 탐하게 되면 그것이 운명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다른 사람을 탐하면서부터 개인의 서사는 고난의 역사가 된다. 우린 이걸 불륜이라고 부른다. 합륜은 사회가 정한 규정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불륜은 어마어마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주체가 된다. 인류 역사에서 불륜이 없었다면 아마 소설도 영화도 드라마도 재미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불륜은 고통의 원흉이면서 달콤한 금단의 열매다. 금지된 것들의 유혹은 늘 고통과 달콤함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코미디 영화보다 더 웃기고 재밌고 눈물 나는 영화가 ‘내가 너라면’이다. 이 영화는 억지스럽지 않고 작위적이지 않아서 좋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을 보는 것이 즐거울 정도다. 2012년 조안 카 위긴 감독이 만들고 마샤 게이 하든과 레오노르 와틀링이 주연한 영화다. 새로운 자극을 위해 도파민 팡팡 터지는 불륜이 필요하고 그 불륜으로 인해 누군가는 죽음을 향해 돌진하기도 한다. 인간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섹스를 하고 또 사랑하기 위해 섹스를 한다. 둘 다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합륜과 불륜의 관계는 여전히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의 문제다. 이 인간의 문제를 따뜻하게 풀어낸 영화 ‘내가 너라면’은 어떤 이야기인가.

 

유부녀인 마들린은 남편 폴과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던 중 어느 날 남편 폴이 루시라는 젊은 여자와 바람피우는 것을 직접 눈앞에서 보고 만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 숨어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데 폴은 마들린의 전화에 놀란 나머지 루시를 그 자리에 두고 집으로 가버린다. 부인의 전화를 받고 바로 가버린 폴에게 너무 실망한 루시는 가게에 들어가 밧줄과 술을 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들린이 남편의 내연녀 루시가 걱정되어 뒤를 몰래 따라가 집안까지 들어간다. 그리고 밧줄로 목매달아 죽으려고 하던 루시를 설득하면서 서로가 처한 괴로움을 이야기하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마들린은 직업도 없는 루시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려다가 우여곡절 끝에 같이 연극 오디션에 붙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주연과 조연을 따낸다. 그렇게 친하게 된 마들린과 루시는 서로의 관계에 대해 조언하고 충고를 하면서 이상한 친구라는 이상한 관계를 이어간다. 술에 의지해 살아가는 마들린은 직장 상사의 어이없는 고백을 받게 되고 꽃다발까지 받게 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 폴의 질투심이 폭발한다. 그 와중에 요양원에 있던 엄마마저 돌아가시게 된다.

 

“아직도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안녕’할 것 같아요”
 

마들린이 잠든 사이 폴은 마들린의 핸드폰을 몰래 열어보고 거기에 루시와 여러 번 통화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잔뜩 화가 나 당장 루시에게로 달려간 폴은 마들린이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루시는 그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절망한다. 루시는 폴을 붙잡기 위해 마들린이 남자를 만나고 있다고 폭로해 버린다. 폴은 루시의 이야기 듣고 마들린이 먼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한다. 남편의 밑바닥까지 확인한 마들린은 허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게 된다. 연극 연습에도 나가지 않은 마들린을 찾아 연극 단원들이 집으로 오고 절망에 싸인 마들린을 보며 괜찮냐는 위로를 건넨다. 유쾌한 적 웃으며 마들린이 말한다.

 

“결혼의 50%는 이혼으로 끝나고 어머니들의 100%는 죽지”

 

루시는 마들린의 침실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발견하고 다 버려 버린다. 단원들은 리어왕의 막을 올리자고 마들린을 설득하고 만다. 결국 루시와 같이 연극을 하게 되고 최고의 공연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리어왕으로 분한 마들린이 말한다. 

 

“날 속이지 마옵시고 성스러운 분노를 주소서”

 

선택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감당해야 할 대가의 크기일까. 그 어떤 삶도 가볍지 않고 또한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켜서 살아가지만 서로의 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지구가 사라져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인간의 이야기 ‘불륜’, 그 지난하고 재밌고 낭만적이고 슬프고 역겨운 이야기에 우린 또 울고 웃으며 귀 기울인다. 이게 인생이니까 이런 인생이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까. 그게 우리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모두에게 질문한다.

 

“내가 너라면”

 

 

[최민]

까칠하지만 따뜻한 휴머니스트로 

영화를 통해 청춘을 위로받으면서

칼럼니스트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플로리스트로 꽃의 경제를 실현하다가

밥벌이로 말단 공무원이 되었다. 

이메일 : minchoe293@gmail.com

 

작성 2026.02.17 11:11 수정 2026.02.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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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