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번듯한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이제 '7억 원'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한때 매매가에 육박하던 금액이 이제는 전세 평균가가 되어 무주택 서민들의 가슴을 옥죄고 있다. 단순한 일시적 반등이 아니다. 무려 30개월 동안 단 한 번의 쉼표도 없이 치솟은 결과다.
17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 가격은 6억 694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6억 3267만 원보다 약 6% 가까이 오른 수치이며, 2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13.6%에 달한다. 2023년 8월,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반전한 이후 2년 반 넘게 이어온 '상승 랠리'는 이제 역대 최고치인 6억 7792만 원(2022년 6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내에 이 기록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규제의 역설'이 만든 전세 실종… 시장은 숨이 막힌다
이토록 전셋값이 꺾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과 대출 규제가 오히려 전세 공급을 차단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단행된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은 시장의 숨통을 조였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이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실입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놓아 자금을 융통할 길이 막혔다. 특히 서울 전역과 경기도 핵심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강제된 '2년 실거주 의무'는 전세를 낀 매매, 즉 갭투자를 원천 봉쇄했다. 과거 갭투자가 시장에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저수지'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그 저수지가 바짝 말라버린 셈이다.

2026년 입주 물량 '반토막'… 세입자들의 잔혹한 겨울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암담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 6412세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대비 무려 48%나 급감한 수치다. 신축 아파트 입주 시 쏟아져 나오던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2026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보다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기조와 실수요자의 입주를 강제하는 각종 규제들이 얽히고설켜, 임대차 시장의 매물 부족 현상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의 매수 억제 정책이 무주택자들을 전세 시장에 머물게 만들었고, 동시에 공급망까지 끊어버리면서 전셋값 폭등이라는 '괴물'을 키운 꼴이 됐다. 서울 전세 7억 시대,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는 이제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현 부동산 정책의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의 규제가 오히려 전세 공급을 차단해 무주택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급 확대와 더불어 유연한 임대차 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 없다면 '전세 난민'의 속출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