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는 ‘경험’이 있다.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선택하는 이른바 ‘경험소비’가 확산되면서 여행지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도쿄 나카메구로에 위치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다.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아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4층 규모의 건물은 메구로강을 따라 자리 잡고 있으며, 목재를 활용한 따뜻한 외관과 개방형 구조로 자연과 도시를 연결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거대한 구리빛 로스팅 설비가 시선을 압도한다. 커피가 로스팅되는 과정, 원두 향이 퍼지는 공간감, 층마다 다른 콘셉트의 바와 베이커리, 티 바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체험’으로 설계됐다.
특히 봄철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는 매장 앞 메구로강 일대가 분홍빛으로 물들며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이때 이 공간은 커피숍이 아니라 도시의 축제 현장으로 변모한다. 소비자는 커피 한 잔을 구매하지만, 실제로는 그 계절의 분위기와 공간의 감성을 함께 경험한다.
경험소비의 핵심은 ‘기억’과 ‘공유’다. 나카메구로 로스터리를 찾은 방문객들은 단순히 음료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간을 촬영하고, 스토리를 기록하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일부로 재해석한다. 이는 제품 중심 소비에서 스토리 중심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을 상징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간형 소비가 현대인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낡지만, 경험은 사진과 기억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며 가치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어디에 있었는가’가 곧 ‘나는 누구인가’를 설명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그래서 하나의 카페가 아니라 ‘버킷리스트’가 됐다. 커피의 맛을 넘어 건축, 향, 풍경, 계절,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오감으로 체험하는 복합 공간이기 때문이다.
소유의 시대에서 경험의 시대로. 나카메구로의 이 공간은 소비의 방향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어떤 순간을 경험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