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가안보 최고회의 사무총장이 미국과의 2차 협상을 앞두고 전략적 입장을 밝혔다. 라리자니 총장은 이스라엘을, 협상을 방해하는 명백한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며, 대화의 실질적인 상대는 오직 미국뿐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익에 휘둘리지 말고 독자적인 국익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중동의 안정을 위해 한국, 튀르키예, 이집트 등 주변국과의 협력 의지를 내비치는 동시에, 미국의 공격이 있을 때, 해당 지역의 미군 기지를 즉각 타격하겠다는 강경한 경고를 덧붙였다. 이번 소식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간섭을 차단하고 미국과의 직접적인 관계 변화를 모색하려는 외교적 공세를 보여준다.
미국-이란 협상의 이면: 알리 라리자니의 발언으로 본 핵심 반전
2026년 2월 17일, 세계 지정학의 화약고인 중동이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내일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제2차 협상을 앞두고, 이란 정권의 핵심 브레인이자 국가안보 최고회의 사무총장인 알리 라리자니가 알 자지라(Al Jazeera)와의 인터뷰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프레임의 전환'을 시사한다.
이번 협상은 단순히 핵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변수를 두고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중동 전체의 판도를 재편하려는 '지정학적 리셋'의 서막이다. 이란이 미국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으며, 어떤 전략적 포석을 깔고 있는지 라리자니의 발언 속에 숨겨진 핵심 반전을 분석한다.
전략적 디커플링: "적(Enemy)과 대화 상대(Interlocutor)의 분리"
라리자니의 발언 중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지점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해관계를 인위적으로 분리하려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이다. 그는 이스라엘을, 협상을 방해하는 '불청객'으로 낙인찍는 동시에, 미국을 합리적인 '직접 대화 상대'로 격상시킨다.
"이스라엘은 우리의 적이며, 미국은 협상의 대화 상대이다."
이는 워싱턴의 국가 이익과 텔아비브의 안보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양면 전술이다. 라리자니는 이스라엘이 협상을 사보타주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전략에 휘말려 자국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한다. 즉, 미국이 이스라엘이라는 '안보적 짐'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실리를 챙기라고 유혹하는 고도의 외교적 기동이다.
중동의 새로운 역학 관계: "사우디, 튀르키예, 이집트와의 전격 공조 제안"
두 번째 반전은 이란이 전통적인 숙적들과 손을 잡겠다는 파격적인 보안 고리(Security Hook)를 던졌다는 점이다. 라리자니는 이스라엘의 위협이 이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그리고 카타르를 포함한 지역 전체의 안정을 해치려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러한 제안은 매우 카운터-인튜이티브(Counter-intuitive)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단순히 이란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들의 안보적 기반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자신들을 '고립된 국가'가 아닌 '지역 안정의 수호자'로 재정의한다. 이는 아브라함 협정 이후 강화된 이스라엘 중심의 지역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이스라엘을 중동 내 '공공의 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군 기지의 재정의: "개최국 주권이 아닌 '미국 영토'로의 간주"
가장 도발적이면서도 주변국들을 긴장시키는 대목은 제3국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독특한 논리이다. 라리자니는 카타르나 요르단, 걸프 국가들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해당 국가에 대한 주권 침해가 아니라는 궤변에 가까운 명분을 내세운다.
"그들이 기지를 세우면 그곳은 그들의 영토가 된다."
이 논리는 향후 분쟁 발생 시 주변국들을 '비자발적 전장'으로 밀어 넣는 강력한 지정학적 협박이다. 이란은 과거 카타르 내 미군 기지 타격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미국 영토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라 정당화한다. 이는 미국에게 보복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경고인 동시에, 기지를 제공한 주변국들에게는 미군 기지가 안보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영토를 이란의 합법적 타격 목표로 만들고 있다는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국은 '합리적'인 국익을 선택할 것인가?
알리 라리자니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국이 이스라엘이라는 변수에 묶여 중동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상실할 만큼 비이성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성적 행위자(Rational Actor)'에 대한 시험이다.
이제 공은 워싱턴으로 넘어갔다. 이란의 계산대로 미국이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며 자신들만의 실리를 챙기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것인지, 아니면 이란이 설계한 이 '이간계'를 무시하고 기존의 동맹 체제를 고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이 이란이 던진 이 정교한 '합리성'의 덫을 피해 진정한 실익을 챙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년 2월, 중동의 거대한 판은 이제 막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