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구자억 서경대학교 혁신부총장은 지난 40여 년간 한국 교육정책과 교육 현장의 구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설계하고 분석해 온 교육정책 전문가다. 그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약 30여 년간 초·중등 교육 정책, 학교 평가, 교원 양성, 국제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가 교육 시스템이 실제 학교와 교실의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연구·평가해 왔다. 이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혁신부총장으로서 대학 구조 개편과 교육과정 혁신, 산학·창업 교육 연계, 국제 협력 체계 구축 등을 주도하며 대학이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그의 경력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일관된다. 교육 정책과 제도는 과연 학생의 삶의 경로를 실제로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교육은 언제 개입해야 개인의 삶의 기회를 넓히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절실해졌다.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동시에 언어 접근성, 학습 기회, 진로 선택, 경제적 이동성의 격차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제 연구들은 오늘날의 교육 격차가 과거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미래의 소득과 삶의 경로에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형성된 격차가 이후의 진로와 소득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 부총장이 주목한 것은 불평등이 이미 발생한 이후의 보완 정책이 아니라, 불평등이 고착되기 이전 단계에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였다. 그 첫 번째 연구 축이 바로 ‘유아 다중언어 교육’에 대한 장기적 효과 분석이다.
그는 7년 이상 동일한 유아 다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장기 효과 분석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 연구는 다중언어 교육이 유아의 발달과 이후 학습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연구의 핵심 질문은 다중언어 교육이 단순한 언어 능력 향상에 그치는지,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학습 태도와 정의적 역량 형성으로 확장되는지에 있었다.
장기간의 자료 분석과 효과 검증 결과는 분명한 경향을 보여주었다. 유아 다중언어 교육 경험은 언어 능력 자체보다도 자기효능감, 학습 흥미, 개방성과 같은 ‘정의적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특성은 이후 학습 참여도와 학습 지속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부총장의 두 번째 연구 축은 초·중등 및 대학 단계의 ‘창업 교육’이다. 그는 창업 교육을 단순히 기업 설립 기술이나 단기 취업 역량 교육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정책 연구와 제도 설계 경험에 따르면, 창업 교육의 본질은 문제 인식, 협업, 회복 탄력성, 자기 결정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며, 이는 곧 사회경제적 주체성을 형성하는 교육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설계된 창업 교육은 단순한 진로 교육을 넘어, 학생들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핵심 교육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정책적·학문적 기여를 통해 창업 교육은 전국 학교에서 제도적 진로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정착되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유아 다중언어 교육에서 형성된 정의적·인지적 기반이 이후 창업 교육 단계에서 진로 자기 결정성, 문제 해결 능력, 협업 역량으로 어떻게 전이·확장되는지를 생애 주기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교육을 개별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생애 전반을 관통하는 역량 형성 체계로 이해하려는 접근이다.
이 연구가 갖는 잠재적 영향은 단계적으로 제시된다. 단기적으로는 다중언어 교육과 창업 교육을 연계한 역량 전이 실증 모델을 구축하고, 사회경제적 이동성과 관련된 전구 지표를 검증하는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생애 주기 기반의 포용적 성장 경로를 교육 정책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실증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불평등을 사후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로 전환하는 정책 담론 확산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10~20년에 이르는 추적 연구를 통해 교육이 실제로 세대 간 불평등 완화 구조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이를 타 국가와 지역으로 확장 가능한 글로벌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이러한 오랜 연구와 정책적 기여를 인정받아 그는 2025년 말 'Mingyuan 교육상'을 수상했다. 구 부총장은 이 수상을 개인적 성과라기보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해 온 질문 -“교육은 실제로 삶을 바꾸고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검증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학교 평가, 대학 구조 개혁, 교원 양성 등 국가 교육 시스템을 설계·운영하며 수백 개 학교와 수십 개 대학에서 ‘평가가 실제 교육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AI 시대를 맞아 그가 강조하는 교육의 기준은 명확하다. 교육은 경쟁의 속도가 아니라, ‘더 많은 아이의 가능성을 실제로 열어주고 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역할 또한 분명하다. 축적된 연구와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이 비전을 실증 연구로 검증하고, 정책으로 설계하며,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교육 모형으로 구현하는 것. 이것이 그가 지금도 교육을 연구하고 설계하는 이유다.
이 기사는 본지 공식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