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욱의 심술] 똥파리를 따라가면 화장실이 나오고, 꿀벌을 따라가면 꽃밭을 거닌다
"아니, 오늘 날씨 참 좋지 않나요?"
길을 가다 무심코 건넨 이 한마디에 어떤 사람은 "그러게요, 걷기 딱 좋네요!"라며 꽃미소를 날려주지만, 어떤 사람은 "에? 좋긴요, 미세먼지 수치
보셨어요?"라며 미간부터 찌푸린다. 참 신기하다. 똑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우리는 서로 많이 다르다.
전국의 교육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이라는 숙제를 함께 풀고 있다. 그런데 소통, 이게 끝없이 이야기해야 할 만큼 거창한 것인가.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똥파리를 따라가면 화장실이 나오고, 꿀벌을 따라가면 꽃밭을 거닌다."
이 단순한 문장이 우리 인생 전체의 풍경을 결정짓기도 한다.
내 입술엔 뭐가 살고 있을까?
우리 주변엔 꼭 '똥파리' 같은 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똥파리의 특징은? 수만 송이 장미가 핀 정원에서도 기어코 구석진 곳의 '오물'을 찾아내
그곳에서 머무르려 한다.
우리네 삶도 비슷하다. 밥상 머리에서 "국이 왜 이렇게 짜?"부터 시작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너 왜 이렇게 삭았냐?"라고 잽을 날리는 사람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마음은 어느새 축축하고 퀴퀴한 화장실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문제는 똥파리를 따라가면 결국 나도 화장실에 도착한다는 것이요. 부정적인 말, 비난하는 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불평들... 이런 '파리표
언어'를 주고받다 보면 우리 인생의 쾌적함은 급격히 떨어진다. 세상은 원래 아름다운데, 내 입술이 오물만 찾아다니니 풍경이 예쁠 리가.
꿀벌처럼 소통하면 생기는 일들
반면에 '꿀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 또한 신기하다. 비바람이 불고 세상이 흉흉해도 기어코 누군가의 '장점'이라는 꽃을 찾아내 꿀을 한 바가지
퍼담는다.
"야, 너 오늘 표정 보니까 좋은 일 있나 보다? 보기 좋다!"
"실수 좀 하면 어때, 덕분에 우리는 데이터를 쌓았잖아."
꿀벌들과 대화를 나누면 내 마음엔 화사한 꽃이 피어난다. 꿀벌형 소통은 상대를 기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꽃가루를 여기저기 옮겨서 주변 사람들까지 꽃밭으로 초대하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내가 꿀벌처럼 말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내 주변 사람들이 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소통이 만드는 마법이다.
지식보다 중요한 건 '어디를 보느냐'입니다
나는 필요해서 박사 학위도 따고 강단에도 서지만, 지식이 소통을 해결해 준다고 믿지 않는다. 소통은 머리 싸움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다.
내가 상대방의 단점(오물)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지, 아니면 그 사람이 가진 보석 같은 가능성(꽃)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가끔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성욱아, 너는 오늘 파리였니, 벌이었니?" 만약 누군가와 대화하고 나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면,
내가 파리가 되어 화장실로 안내했거나 아니면 상대방 파리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인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든 매번
파리일 수도 꿀벌일 수도 없다.
우리는 흔히 "말을 잘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말을 잘하는 건 아나운서처럼 세련되게 술술 말하는 게 아니라, 내 입술에서 나가는 말이 상대방을 꽃밭으로 데려가느냐를 고민하는 게 아닐까.
오늘부터 '꽃길 가이드'가 되어보기
성공이 별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꽃밭을 거닐면 그게 성공이다. 오늘부터 나 자신과 딱 세 가지만 약속해보자.
첫째, 남의 허물을 발견했을 때 '에프킬라'를 들지 말고 그냥 눈을 감아주기.
똥파리가 꼬이려 할 때 얼른 향기를 내뿜는 것.
둘째, '하지만'이라는 말 대신 '그 덕분에'라는 말을 쓰기.
"너 참 착해, 하지만 조금 느려" 보다 "네가 신중한 덕분에 우리가 실수를 안 했어"가 훨씬 꿀맛 날 것.
셋째, 나부터 맛있는 꿀을 가진 꽃이 되기.
내가 밝고 긍정적인 향기를 풍기면, 주변의 파리들도 슬그머니 벌로 변신해서 날아올지도 모르는 일
당신의 도착지는 어디인가?
여러분의 오늘 대화는 화장실행이었나, 아니면 꽃밭행이었나.
인생은 누구를 따라가느냐, 그리고 내가 누구를 어디로 데려가느냐의 연속이다. 나는 모든 이들이 꿀벌의 날개짓처럼 경쾌하고 달콤한 소통을 하며 살아가길 응원한다.
처방전
“지금 내 입 밖으로 내보내는 말은 파리똥인가, 벌의 꿀인가, 3초 고민하라”

[필자 소개]

오성욱 | 심술난 연구소 대표
갈등은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
상처가 반복되는 이유를 해석하고, 관계가 회복되는 언어를 설계한다.
소통을 기술이 아닌 ‘시선의 이해’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