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고령 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유병률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 외에도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이 치매 위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매일 세 끼 식사를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뇌 건강을 지키는 방향인지, 오히려 신경세포를 위협하는 방향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는 특정 음식군이 뇌 염증을 촉진하고 기억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 식탁 위에 무엇이 올라오는지가 미래의 인지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경고다.

초가공식품과 트랜스지방, 뇌 염증의 주범
햄버거, 감자튀김, 인스턴트 라면, 마가린이 들어간 제과류 등 초가공식품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뇌 건강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식품에는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과도한 나트륨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높은 집단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 연구진은 만성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신경세포 손상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트랜스지방은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고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할 수 있다. 뇌는 전체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20%에 달한다.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억 형성과 관련된 해마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 혈당 급등이 만드는 인지 저하
케이크, 탄산음료, 흰 빵, 달콤한 간식은 순간적인 만족감을 주지만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반복적인 혈당 급등과 급락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이는 뇌세포 에너지 대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치매 발병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고혈당 상태는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뇌 내 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 관여하는 영역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포만감 지속 시간이 짧아 과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으로는 체중 증가와 대사질환 위험을 높여 뇌 건강에 이중 부담을 준다.
과도한 음주와 가공육, 신경세포에 남기는 흔적
적정 수준을 넘어선 음주는 뇌 위축과 기억력 저하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됐다. 알코올은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장기적으로는 뇌 구조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은 나트륨과 일부 첨가물 함량이 높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비록 치매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심혈관 건강을 악화시키는 식단은 결과적으로 뇌 건강에도 부담을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뇌는 혈관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혈관이 손상되면 산소와 영양 공급이 감소하고, 이는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뇌를 지키는 식습관 전환 전략
반대로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 생선 중심의 식단은 뇌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중해식 식단이나 DASH 식단을 기반으로 한 식생활은 인지기능 유지와 관련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식습관 개선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가공식품 섭취 빈도를 줄이고, 설탕 음료 대신 물이나 차를 선택하며, 붉은 고기 대신 생선이나 콩류를 선택하는 작은 변화가 축적될 때 효과가 나타난다.
치매 예방은 특정 식품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식습관 패턴이 중요하다. 오늘의 선택이 10년 후, 20년 후의 기억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치매 위험은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식탁 위의 선택이 뇌 건강의 방향을 결정한다. 초가공식품, 과도한 설탕, 지나친 음주와 가공육 중심의 식습관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반대로 균형 잡힌 식단과 건강한 생활습관은 뇌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바꾸기 어렵더라도, 한 끼의 선택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 기억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지만, 무심한 식습관은 서서히 흔적을 남긴다. 치매 예방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식탁 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