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돌루 통신사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스마일 바카이가 최근 미국 의회 연설에서 이란의 군사 위협을 경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바카이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탄도 미사일 개발, 그리고 시위 사상자 수치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짓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행태를 과거 나치 독일의 선전 기술에 비유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조직적인 기만술을 동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통계와 무기 개발 상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국제 사회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사안은 미국 지도부의 강경한 발언과 이에 맞서는 이란의 날 선 공방을 보여주며 양국 간의 깊은 외교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괴벨스'의 재림인가: 미·이 설전으로 본 '포스트 트루스' 외교의 민낯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합동 연설을 기점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수사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재건과 미사일 위협을 정조준하자, 이란 외무부는 이를 "전문적인 거짓말쟁이의 선동"이라며 전례 없는 수위로 맞받아쳤다. 양국이 서로를 '악의적 선전가'로 규정하며 벌이는 이번 공방은 현대 국제 정치의 치열한 정보전이자 심리전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괴벨스를 소환한 이란의 프레임 전략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스마일 바카이는 트럼프를 향해 '나치 선전 장관 괴벨스(거짓말의 대명사)'를 언급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는 서방 세계가 가진 역사적 트라우마를 자극하여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해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라는 괴벨스의 규칙을 미국이 추종하고 있다는 비난은, 인권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려는 시도다. 특히 이스라엘의 행동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미국과 한데 묶어 비판한 대목은 이슬람권의 결집을 노린 고도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32,000명’이라는 숫자와 정보의 안개
이번 설전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 내 시위 사망자 수 '32,000명'이다. 이란은 이를 "거대한 거짓말"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폐쇄적 국가 체제 특유의 정보 비대칭성이다. 정확한 통계 확인이 어려운 공백을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수치로 채움으로써, 트럼프는 이란 정부를 '잔혹한 탄압자'로 낙인찍는 수사적 무기를 확보했다. 숫자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국제 사회에 각인된 학살의 이미지는 이란을 방어적인 위치에 고립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수사적 정당화를 향한 평행선
군사적 위협을 둘러싼, 양측의 담론은 타협 없는 평행선을 달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ICBM 개발과 핵 프로그램 재가동을 기정사실화하며 "그들이 다시 시작하고 있다"라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한 정세 보고를 넘어 향후 전개될 강력한 제재나 군사 행동을 위한 '수사적 정당화'의 사전 작업이다. 반면 이란은 이를 이란 국민의 동요를 노린 '디스인포메이션 캠페인'으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물리적 충돌 이전에 담론의 전장에서 이미 폭발적인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냉정한 통찰
이번 사태는 사실의 정확성보다 프레임 선점과 정서적 타격이 우선시되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외교'의 시대를 증명한다. 한쪽은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강경책의 토대를 쌓고, 다른 한쪽은 '나치식 조작'을 내세워 여론전에서 생존을 도모한다. 쏟아지는 자극적인 수사와 가공된 정보 속에서 진실은 종종 안개 속에 가려진다. 이러한 고도의 심리전 속에서 가공된 현실과 실제 진실을 구분해 내는 통찰력이야말로 복잡한 국제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시작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