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본 애니메이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그저 제목이 맘에 들어 선택했던 작품입니다.
여러 감상평을 찾아보니 감독의 일생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전쟁 물자를 만들던 아버지, 전쟁으로 일찍 어머니를 여읜 어린 시절, 메이지 유신 시대와의 결별. 그리고 전쟁의 시대를 지나 평화를 위한 노력과 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처럼 다가왔습니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끊기는 듯하지만, 아름다운 배경과 색감 속에서 오히려 ‘전쟁’에 대한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오더군요.
사실 이번 목요편지는 다른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같은 주제를 세 번이나 반복하는 게 진부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과 뉴스, 미술관 전시, 그리고 영화까지,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전쟁의 메시지가 계속 다가옵니다. 제가 전쟁을 찾은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질문이 저를 찾아온 듯합니다. 그래서 다시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쓰기를 넘어 어떤 행동이 필요한 건 아닐까 싶더군요. 거창한 일은 아닐지라도 분쟁 지역에서 의료와 식량을 지원하는 단체를 후원하는 일, 지난 전시회처럼 전쟁을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예술가와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일, 혹은 내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태도가 누군가에게 상처와 갈등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일.
그러고보니, 늘 평화를 지지한다고 여겨왔지만, 제 일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가족에게 무심코 내뱉은 날 선 말들, 의견이 다른 사람의 향해 마음을 닫아버리던 태도,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틀린 사람’으로 규정하며 마음속으로 선을 긋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전쟁은 정치와 무력의 문제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타인을 ‘내 편, 니편’으로 나누는 마음이 이미 제 안에도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모이고 쌓일 때 바로 전쟁의 불씨를 키우는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 보게 됩니다.
또한 영화 제목의 의문사인 ‘살 것인가’에 대해 곱씹어 봅니다. 평화로운 삶을 뜻하는 ‘살(Live) 것인가’ 너머로, 무언가를 비용으로 치르는 ‘살(Buy) 것인가’라는 질문이 겹쳐 보였습니다.
최근 들려오는 국방비 증액이나 방산업체의 거액 수주 같은 소식들은 국가 경제 측면에선 성과일지 모르나, 평화를 무기로만 살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혹시 그동안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점검해 봅니다. 가족과의 갈등을 충분히 이야기하기보다 선물을 사주거나 외식을 하는 등으로 무마하려고 했던 거 아닌지,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을 바쁜 일정과 일로 대신하며 책임을 다했다고 여겨온 건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의 삶은 평화가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