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율동시회] 개망초를 생각하다가

송희수

 

개망초를 생각하다가

 

 

푸석푸석한 표정으로 멈춰 서 있던 굴착기가 

봄부터 움직이기 시작해 터를 잡긴 했지만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설치고 다니는 

평소 습관만은 버리지 못해  

수심이 얕은 개울을 

발아래 두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고향 집 앞을 흐르는 개천까지

언제나 돌아갈 수 있을까 헤아리느라 

퉁퉁 부은 다리로 서 있어야 하는 개망초를 생각하다가  

 

땅 주인이 쳐 놓은 오선지 철조망을 뛰어넘으려다 

꼼짝없이 붙들려 녹슬어버린 음계(音階)들처럼 

바람 불 적마다 꼼지락거려야 하는 통에 

퇴행성 관절염이 도졌는지 

밤새워 잠 못 이루고  

쑤셔대는 팔다리만 주무르다가

지칠 만하면 하루분의 피곤을 짊어지고 

술 취해 새벽에 돌아온 막내아들의 심란한 표정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며 목구멍까지 차오를 대로 차오른 

개망초에 관한 내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는 중이다.

 

 

[송희수]

1960년 전남 나주 출생, 

2021년 《문학과 비평》 등단, 

시집 『갈대는 울 아부지다』, 『밤마다 솔숲에 가는 이유』.

율동시회 회원.

 

 

작성 2026.03.02 09:54 수정 2026.03.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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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