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녁부터 너무 졸리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았다.
그냥 자버릴까 싶다가
커피 한 잔을 택했다.
뜨거운 잔을 손에 쥐고
첫 모금을 넘기며 이미 알았다.
이 커피는
오늘 나를 쉽게 재워주지 않을 거라는 걸.
그래도 마셨다.
그 순간 또렷해져야 했으니까.
잠은 달아났고 머리는 맑아졌다.
조용한 밤, 밀려 있던 일을 하나씩 꺼내 앉는다.
낮에는 하지 못한 생각들이
밤에는 의외로 잘 풀린다.
졸음을 이기려고 마신 커피가
결국 오늘을 조금 더 길게 만들었다.
늦은 저녁 커피는 잠을 빼앗는 대신
조용한 집중을 건넨다.
오늘은 편안한 잠 대신
마무리를 선택한 밤이다.
잠을 미루고 얻어낸 이 고요가, 내일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