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조재현 법무사]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해묵은 과제는 단연 사후(死後) 대비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자녀가 재산을 사기당하지 않고 복지 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하며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이러한 우려를 법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성년후견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 금치산자 낙인 지우고 잔존 능력에 집중
과거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권리를 박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철저히 자기결정권 존중과 잔존 능력의 활용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현행법상 후견 제도는 피후견인의 정신적 제약 정도와 필요한 조력의 범위에 따라 크게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으로 나뉜다.
• 성년후견 : 인지 능력 및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에 해당하며, 후견인이 광범위한 법정대리권을 가진다.
• 한정후견 : 능력이 다소 부족한 상태로, 자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부동산 계약이나 고액 금융 거래 등 법원이 정한 특정 범위에 대해서만 조력을 받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자녀의 인지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가장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후견 설계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 재산 관리부터 의료·주거 결정까지 전방위 조력
성년후견제도의 가장 큰 실효성은 재산권 보호에 있다. 부모가 남긴 유산이나 국가 복지 급여를 자녀가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제3자의 경제적 착취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범위는 경제적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 거주지 선택, 복지 서비스 계약 등 일상 전반의 신상 보호영역에서도 후견인의 법적 대리권은 빛을 발한다. 특히 의사 표현이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법적 대리인의 부재로 인해 긴급 상황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 공공후견·법원 감독 강화... 국가적 책임 확대 추세
최근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문가 후견과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하는 공공후견사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후견인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은 매년 후견 사무 보고서를 검토하며, 중요 자산 처분 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엄격한 감독 체계를 가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성년후견은 단순히 자녀를 대신해 결정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자녀의 의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의사결정 지원(Supported Decision-Making)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 신청 전 전문가 상담과 사전 준비 필수
다만, 후견 개시를 위해서는 법원의 가사조사와 정신감정 등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수반된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맞춰 미리 후견 계획을 수립하고, 가정법원의 실무 지침을 숙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자녀의 미래를 위한 법적 안전벨트인 성년후견제도. 이제는 선택을 넘어 자녀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적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조재현 법무사·행정사
AI부동산경제신문ㅣ자문위원
호재합동법무사사무소 대표 법무사, 행정사
법원 공무원 20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