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복합 다중 시론(複合多重 詩論)의 시적 실험과 탐색(4)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의 실험 시학

Ⅳ. 실험 시학과 수용 미학

 

1. 뒷골목에는: 현실 풍자의 탈구축 시학

 

제3부 「뒷골목에는」의 연작은 공간의 시학을 빌려 현실의 정치적 모순을 정면으로 고발한다. 현실에서 뒷골목은 비주류의 공간, 소외의 공간이다. 이 시에서는 뒷골목 양아치보다 못한 권력자를 상징하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동시에 진실과 저항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시적 화자는 여섯 달배기 아기의 절규, 벼락 맞은 까마귀, 유아에게 독을 주입하는 사회를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과 악을 폭로한다. 즉, ‘뒷골목’은 미르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1986)의 성과 속의 공간으로 말하자면, 속된 공간이다. 결코 성스러운 공간일 수 없다며 꼬집은 것이다. 

 

정치인과 권력자를 우화적으로 등장시킨다. 그들의 언행을 ‘출제하는 혀’, ‘날뛰는 숫자’, ‘도리도리하는 몸짓’ 등으로 전유한다. 이때 시어는 직접적인 비판이 아닌 은유, 우화, 비틀기의 기법으로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해부한다. 이는 사실주의적 접근과 탈사실주의적 언어 실험이 교차하는 다중 전략이다. 

또한, 해체주의의 난해성과 수용 미학을 장치한다. 시 안으로 끌어들인 시 읽기라는 다중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에 해당하는 시를 읽어 본다.

 

“매우 똑똑하네. 마록(馬鹿)으로 다시 출제하자!” / “출제 문제를 출력할게. 마음에 들 거야.”// “친구야, 곰비임비 지식이 굉장하구나. 눈물은 있니?”

 

-「뒷골목에는 15 — 해왕성이 태양을 다섯 바퀴 돌 무렵 공동 출제하는 교사」에서

 

800여 년 뒤, 미래의 역사 시험 문제를 공동 출제하는 교사가 시적 화자로 등장한다. “답을 마록(馬鹿)으로 다시 출제해 볼까?” / “우짜든동 문제답게 출제해 봐.” / “배찌 트집 잡지 마라.”라며 사투리를 버무려 유머 있게 대화한다. 둘 중 하나는 생성형 AI 교사이다. 생성형 AI 교사가 출제에 참여하고, 문제 풀이를 생성하기도 한다. 나아가 독자를 시 안으로 끌어들여 참여시킨다. 문제를 풀어 나가도록 유도한다. 독자까지 제도권 현상을 조롱하게 하는 ‘내부 충돌 구조’이다. 이는 수용 미학의 실천이다. 나아가 시집에 역사적 평가를 반영할 수 있음에 대한 역설이기도 하다. 

 

‘복합 다중 시론 관점’에서 ‘기호의 전유와 전복’의 극대화 지점에 주목한다. 정치인의 몸짓을 패러디한 시편은 단지 풍자에 머물지 않고, ‘몸의 정치학’이라는 새로운 담론의 층위를 형성한다. 말과 몸, 제도와 사적 기억, 우화와 사실이 맞물린다. 이 구성은 시가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사회적 텍스트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실험한다.

 

이론가들은 이론과 작품 분석의 연결이 느슨하다며 지적할 수 있다. 이론적 사유가 작품을 해석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서 기능한다. 하지만 그것이 시적 의미를 압도하거나 독단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이론은 작품을 분석할 때 유용한 해석의 지침이지만, 각 시편이 지닌 고유한 언어적, 형식적 실험을 충분히 드러내기 위해 구체적인 텍스트 분석을 병행한다. 이론이 작품 해석의 유용한 틀을 제공하면서도, 작품 자체의 개방성과 다의성을 유지한다.

 

2. 장자의 시학: 동양 철학의 상상력과 전복의 언어

 

「탈경계 메타시」의 연작 후반부에서 장자의 철학은 시의 은유체로 깊게 작동한다. 나비의 꿈, 해골의 물, 손톱의 상상력, 참죽나무의 무용성 등은 탈근대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해 나간다. 이는 단순한 고전 인용 혹은 인유가 아니라, 장자의 우화를 통해 존재와 실존, 쓰임과 쓰임 없음,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비트는 언어적 실험이다.

 

여기서 장자의 메시지를 가져와 현실에 비판적 거울을 들이민다. 나무의 쓰임, 손톱의 공격성, 해골의 서사는 동양 철학적 사유를 통해 시의 존재론적 층위를 새롭게 열어젖힌다. ‘복합 다중 시론’은 이러한 철학적 텍스트의 시적 전유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용과 전복, 해체와 재구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데 적합하다.

 

또한, 시에서 장자의 상상력은 ‘실존적 자유’와 ‘언어의 유희’를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는 창조의 동력으로 제시한다. 장자는 이 시집에서 ‘시인이 가야 할 길’이자 ‘경계 허물기의 화신’으로 기능한다. 시적 자아는 장자와 융합한다. 시인들의 억압된 현실의 감각들을 시로 환기한다.

 

3. 시의 실험성과 자아의 해체: 시인이라는 기표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시적 화자는 ‘가짜 시인을 비판하는 자아’이자, 동시에 ‘무력한 시집’으로 의인화한 시집 자신이기도 하다. 이 다중 화자의 구조는 시집 전반에 ‘자아의 다성성’을 구현한다. 시인들의 위치 자체를 반성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여기서 시인들은 주체적 창작자가 아니라, 언어의 힘 앞에서 쩔쩔매는 하나의 기호로 전락한다.

 

“시인은 돌아이, 또라이다”라는 표현은 이중적이다. 하나는 창작자의 자조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문학 단체와 시인들을 향한 냉소이자 풍자이다. 시인이라는 자들은 제도와 문학상, 관행과 인맥, 표절과 물신의 구조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존재이다. 이는 곧 문학 제도 전체에 대한 전면적 비판으로 이어진다.

 

또한, 시적 화자는 신화와 고전을 새롭게 수용하면서 자기 언어를 통해 고전과 경쟁한다. 고정된 자아가 아닌 ‘재구성되는 자아’로서 탈경계적 실험의 핵심적 주체이자 객체이다. 결국, 언어의 무게에 눌리면서도 동시에 언어를 비틀어 세계를 재구성한다.

 

4. 독서 행위와 문학 제도에 대한 비판

 

「시집의 멍울」의 연작은 시집 자체의 인격화를 통해 독자의 소비 행위, 문학의 물화(物化)된 시장성을 고발한다.]

 

독서 행위 풍자 비교

 

이러한 시편은 ‘문학의 무가치화’에 대해 문학으로 저항하는 전략이다. 이는 문학 제도에 대한 시인들의 자기비판적 성찰을 요청하는 시적 언어이다.

 

이론가들은 해석이 지나치게 이론에 종속되어 독자의 해석을 제한할 수 있다며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적 접근을 통해 한 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이를 독자가 자율적으로 확장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시집에 대한 해석이 특정한 이론적 틀에 기반하지만, 그 목적은 오히려 독자가 시의 다의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데 있다. ‘복합 다중 시론’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그 이론적 틀은 단지 하나의 출발점일 뿐이다. 따라서 독자의 해석 여지는 충분히 열려 있다.

 

‘복합 다중 시론’은 단순한 이론적 틀을 넘어 문학과 비평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텍스트를 만들어 간다. 이 시론은 독자가 시와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시의 존재론적 질문을 스스로 탐색하게 만든다. 시는 이제 더 이상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열린 해석의 공간을 제공하는 실험적 플랫폼이다.

 

‘복합 다중 시론’을 통해, 이 시집은 독자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제시하며, 그 속에서 시가 자기반성과 사회적 비판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시와 비평, 창작과 독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중적 의미를 창출해 나가는 실천적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시집이다.

 

5. 복합 다중 시의 윤리: 돌을 던지는 자의 책임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이라는 표제는 핵심 심상의 ‘복합 다중 시’의 핵심 윤리를 상징한다. 표제 시를 읽어 본다.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 / 퐁당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시스처럼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독사 / 서서히 더 깊은 늪에 빠져든다. //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 / 퐁당퐁당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에서

 

수선화는 시의 표면적 아름다움 혹은 상투적 서정을 은유한다. 늪은 시의 위기이자 문학 단체와 독서 행위의 타락을 상징한다. 돌을 던진다는 행위는 시적 화자가 그 늪에 저항하는 창작적 행위를 의미한다. 즉, 시적 화자는 “시를 죽이는 자들을 위해 시를 다시 창조하는 윤리적 결단”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를 달리 읽으면, 자아도취에 빠진 권력자의 윤리적 징치를 장치한 것이다. 윤리적 결단, 윤리적 징치는 ‘복합 다중 시’의 마지막 목적으로 작동한다.

 

더불어 신화적 상상력과 창조적 상상력의 결함으로 상황의 긴장미, 내용의 긴장미를 추구한다. 과거와 현재 사건을 겹쳐 놓고, 나아가 미래 현상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를 통한 분명한 메시지는 자아도취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자아도취에 빠지는 순간, 자멸의 길, 소멸의 길로 나아간다는 역사의 이치와 삶의 이치를 담아 놓았다. 

 

주요 시어 ‘나르시스’, ‘수선화’, ‘늪’ 등은 각각 자아도취와 자멸을 상징한다. 이런 시어만으로도 가스통 바슐라르의 4원소 중 ‘물’의 심상으로 구조화하였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물질적 상상력, 형태적 상상력, 신화적 상상력 등으로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였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이라는 표제 자체가 하나의 시이다. 표제 시는 시집 전체의 시론이 응축된 메타시 구조를 강하게 띤다. 특히 반복되는 시구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은 언어와 이미지의 표피만을 더듬으며 본질에 도달하지 못하는 무력한 창작의 반복을 드러낸다. 이는 시적 행위 자체를 대상화하고 반성하는 메타시적 전략이다. 또한, “물수제비로 날아가다 말고 / 퐁 / 가라앉는다”라는 시행은 시 쓰기를 통한 전달과 파문의 시도가 결국에는 무력하게 침잠하는 이미지로 귀결하는 장면이다. 자기 해체적 창작 인식을 압축한다. 이러한 시어들은 복합 다중 시론이 지향하는 자기 지시성과 다층 발화의 구현을 시적 텍스트 차원에서 실현한다. 시론과 시편 간의 구조적·정서적 연계를 뚜렷하게 형성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복합 다중 시론’의 주요 주제인 ‘시 쓰기의 반성적 탐색’, ‘시의 무의미화와 재의미화 실험’, ‘자기 지시성과 서사 부재’ 등을 매우 밀도 있게 구현한다. 특히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다’는 시의 표면적 이미지, 관념적 낭만성, 진정성 없는 언어 반복을 직접적으로 풍자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계속 의심하는 시인의 태도를 담고 있어 메타시 구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저서:평론집 10권, 이론서 4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3.11 11:01 수정 2026.03.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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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