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성석제의 '쉬어야만 하는 이유'가 비판하는 피로 사회와 필경사 바틀비

민병식

해학과 익살, 풍자로 인간의 단편을 날카롭게 그려낸다는 작가 성석제(1960-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다양한 풍경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문제점을 비판한 그의 단편 중 하나로, 오늘은 엽편이라 불리는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로서 그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 중 ‘쉬어야만 하는 이유’라는 작품을 보겠다.

 

작품의 화자는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단골 선술집 맞은편에 새로 생긴 라멘, 돈까스 등을 파는 일식집을 발견한다. 특이한 점은 ‘창작 요리’라는 메뉴를 붙여 놓았다는 점이다. 식당 주인의 관상을 보면 그 집 음식 수준이 어떨지 알 수 있다는 대학 은사의 말을 떠올랐지만 주인을 볼 수가 없었다. 바로 정기 휴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당 밖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발견하는데 휴일이 매주 월요일, 화요일 이렇게 이틀이나 된다. 직장인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파는 가게에서 배짱도 좋게 평일에 이틀이나 쉰다고 생각한 화자는 꿀벌에 대해 떠올린다.

 

작품의 본문을 살펴보면 다음과같이 서술되어 있다. 

 

“꿀벌 집단이 내우외환으로 개체군의 숫자가 줄어들어 약해지면 어린 일벌들이 소녀가장이라도 되는 양 일찍부터 어른들이 하는 꿀 채취 등의 고된 바깥일을 하러 나선대. 대신 그런 일을 한 어린 일벌들은 과로로 수명이 짧아진다는 거지. 말 그대로 ‘죽어라 하고 일만 하다’ 일찍 죽고 마는 거야. 물론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수벌들은 마냥 놀고먹고 있고, 정상집단의 평범한 일벌이 일생의 3분의 2를 쉬는 이유도 수벌과 비슷해. 남은 3분의 1의 수명 동안 성실하고 꼼꼼하게 다방면의 일을 하기 위해서 잠재 능력을 비축하는 거라고 보면 된대. 급격한 환경의 변화나 포식자의 공격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잠재 능력을 끌어와 쓸 수도 있는 거지. 어쩌면 쉬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작품은 피로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의 ‘번아웃 증후군’을 연상케 한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이든 공부든 ‘열심히’라는 한 단어에 매몰되어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고 열심히 해도 가능성이 아주 작은 성공과 성과주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기 학대를 거듭하고 있다. 열심히 사는 것, 죽을 때까지 열심히 산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기도 하지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어라 열심히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결국 모두가 모든 것을 거부하고 혼자가 되고 싶어 했던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가 될지도 모른다. 내일에 앞서서 오늘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인간의 존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좀 더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라 하더라도 우리에겐 감사와 존중, 배려와 공동체의 마음이 꼭 필요하다. 조금씩 욕심을 내려놓고 그 욕심을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 지기 위해 나누는 마음이 행하여질 때 조금씩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이 쉴 수 있는 세상이다. 필경사 바틀비는 왜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일을 거부하며 살았을까. 

 

우리에게는 자유와 개인의 선택권이 있다. 그 자유와 선택권이 서로 사랑하며 이해하고 서로 돕는 우리라는 마음이 바탕이 된다면 진정한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세상이 될 것이고 냉철하고 각박한 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헤치지 못할 것이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3.25 11:54 수정 2026.03.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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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