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샐리의 법칙’이 머무는 자리

문용대

오늘은 격일 근무일이다. 해가 저물고, 숙소 창 너머로 밤이 깊어간다. 낮 동안 있었던 기분 좋은 일들 덕분에 여운이 남아 있다.

 

아침 출근길, 겨울답지 않게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거리는 평소보다 더 정돈된 느낌이었다. 마치 세상이 나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 기분이었다. 이른 시간이 아니었다면 반가운 사람을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횡단보도를 네 번 건너 40분 정도 걸어서 출퇴근한다. 오늘 출근길에는 신호등 앞에 설 때마다 초록불이 켜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바로 열리거나, 승강장에 들어서자마자 열차가 도착하는 것처럼 일상이 매끄럽게 맞물릴 때가 있다. 큰 행운은 아니지만, 그럴 때면 세상과 내가 같은 박자로 움직이는 듯하다. 불운이 잇따르는 ‘머피의 법칙’과 반대로,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샐리의 법칙’이 작동한 날이었다.

 

숙소 책상에 앉아 며칠 전 써둔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삶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 있었다.”라는 문장 위로 오늘의 일들이 겹쳐진다. 내 삶이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세상은 때로 나를 거친 파도로 몰아넣었고, 따뜻하게 안아준 적은 드물었다. 그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고된 교대 근무 속에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지탱해 준다. 틈틈이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하고, 늦은 나이에 배우기 시작한 악기로 정신을 다스린다.

 

무엇보다 간절했던 기도는 자식의 건강이었다. 긴 병원 생활 끝에 아이가 건강을 되찾았을 때, 삶이 나를 버리지 않았음을 믿게 되었다. 오늘 마주친 초록불들은 그동안 잘 버텨온 나에게 삶이 건네는 작은 보너스였을지도 모른다. 며칠 전 ‘감사’에 대해 글을 써서 그런지 사소한 우연들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불평만 했다면 초록불은 그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삶은 늘 그대로지만, 내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졌다. 결국 매 순간 감사의 이유를 찾으려 노력한 마음이 오늘 ‘샐리의 법칙’을 만들어낸 셈이다. 서양에서는 이를 ‘작은 승리’라고 부른다. 거창하지 않아도 이런 순간들이 “잘 가고 있다”는 삶의 응원처럼 들린다.

 

잠들기 전 짧게 악기를 연습한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진동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곧 깊은 밤이 시작된다. 오늘 만난 초록불들이 내일 아침 퇴근길에도 나를 맞이해줄 것만 같다.

 

오늘 하루는 세상이 나를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준 듯했다. “오늘을 오늘로 살아낼 수 있다면 족하다”는 다짐처럼, 나는 이곳에서 감사의 힘을 믿는다. 샐리의 법칙은 멀리 있지 않다. 마음속 감사의 씨앗이 일상에서 피워낸 작은 꽃들이다. 내 앞길에 켜진 초록 불빛 사이로 나는 오늘도 묵묵히 걸어간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코스미안뉴스, 브레이크뉴스 고정 필진

한국예인문학, 지필문학, 대한문학, 각종 문학카페 활동

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수필집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영원을 향한 선택’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작성 2026.03.26 11:02 수정 2026.03.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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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