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초의눈] 중국의 평화 담론, 그 이면의 전략적 설계

"평화"라는 언어의 전략적 배치

"원칙"과 "이익" 사이

중국이 구성하려는 세계

이 기사는 4월6일자 인민일보 (일본기사/日本加速“转守为攻”严重威胁地区和平稳定) 와  환구시보 (중동기사/“防御性手段”打通霍尔木兹海峡,可行吗?)를 분석한 것으로 두 신문을 동등하게 비교하기에는 두 신문의 결이 다르나 중국 정부의 공영매체라는 배경을 갖고 있어서 정부의 공식적 입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미지 Gemini 제작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같은 날 나란히 게재한 두 편의 논평은,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지역의 서로 다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일본의 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비판하고,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싼 안보리 논의를 분석한다. 그러나 두 텍스트를 겹쳐 읽으면, 그 아래에서 하나의 일관된 시선이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은 지금, 동아시아와 중동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하나의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 실체는 일본도, 이란도 아닌 바로 미국이다.

 

"평화"라는 언어의 전략적 배치

일본 관련 기사에서 중국은 강한 언어를 구사한다.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 "선제공격의 위험"이라는 표현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언어들이 겨냥하는 실질적 대상은 무엇인가. 일본의 "25식 지대함 미사일"은 그 자체로 물리적 위협이나, 중국이 정작 정조준하는 지점은 배치를 가능케 한 구조적 배경이다. 즉, 일본을 비판하는 것은 그 배후에서 동맹을 움직이는 워싱턴을 공략하는 가장 우회적이며 안전한 외교적 수단인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기사에서는 반대로 절제된 언어가 등장한다. 중국은 스스로를 "중재자"로 내세우며 "정치적 해결"과 "대화"를 촉구한다. 그러나 이 기사 역시 그 핵심에서 스스로 명확한 규정을 내린다. "문제의 근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안보리 승인 없이 이란을 공격한 것"이라 규정하며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했다. 중재자의 수사를 구사하고 있으나, 그 이면의 책임 귀속 대상은 단호하다. 이란을 공격한 미국이 문제이며, 그 전쟁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떤 해법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두 기사, 하나의 논리

두 기사가 공유하는 논리 구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이 동맹을 앞세워 군사력을 투사하거나 직접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역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며, 따라서 중국이 지지하는 "평화"와 "안정"은 곧 미국 주도의 군사적 질서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미사일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산물이고,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초래한 결과다. 중국의 평화 담론은 이 두 사안을 같은 좌표 위에 올려놓는다.

 

이것이 단순한 반미 수사인가.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중국은 두 기사에서 모두 국제법과 UN 헌장을 끌어들인다. 일본에 대해서는 "평화헌법과 전후 규범 위반"을, 중동에 대해서는 "안보리 승인 없는 무력 사용"을 문제 삼는다. 이는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문법을 역이용하여, 미국의 행보를 도리어 해당 질서에 대한 “위반”으로 낙인찍는 전략이다. 

 

"원칙"과 "이익" 사이

물론 이 담론에는 선택성이 존재한다. 중국은 일본의 군사력 확대에는 강하게 반응하지만, 자국의 군비 증강이나 남중국해에서의 행동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중동에서는 "무력 사용 반대"를 외치지만, 그것이 일관된 원칙인지 아니면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전략적 계산인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중국이 이란과의 에너지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권은 중국에게 지정학적 명분 이전에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 안보의 실리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담론 전체를 단순한 위선으로 환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중국이 강조하는 "전쟁 확대 반대", "정치적 해결 우선"이라는 입장은, 적어도 현재의 두 사안에서 결과적으로 충돌 억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분이 실리와 합치되는 지점에서, 중국의 담론은 위선적 일지 언정 강력한 외교적 유효성을 획득한다. 

 

중국이 구성하려는 세계

결국 이 두 편의 논평이 함께 보여주는 것은, 중국이 지금 어떤 세계 질서를 구성하려 하는지에 대한 단서다. 그것은 미국의 군사적 주도권이 약화되고, 지역 문제는 지역 행위자들의 합의로 해결되며, 중국은 그 과정에서 규범의 수호자이자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는 질서다. 일본 비판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 네트워크를 흔드는 시도이고, 중동 중재는 미국이 물러선 자리를 중국의 외교 언어로 채우려는 시도다.

 

두 기사는 다른 지역을 말하고 있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중국은 지금, 평화의 언어로 질서의 재편을 말하고 있다.

작성 2026.04.07 10:07 수정 2026.04.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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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