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 시절, 시험 범위를 훑으며 속으로 되뇌곤 했다. '이건 아는 거야.' 그런데 막상 시험지 위에서 그 '아는 것'과 마주하면 손이 멈췄다. 수의사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교과서에서 수없이 읽었던 지식을 실제 진료 케이스 앞에서 써먹지 못한 적이 있다.
머릿속에 분명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작 꺼내려 하면 흐릿하게 흩어졌다. 아는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먼 간극이 있었다.
우리는 뻔한 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언, 어른들의 조언, 책에서 반복적으로 만나는 문장들. '그거 다 아는 거잖아'라며 흘려보낸다. 뻔하니까 효용이 없다고 생각하고, 뻔하니까 이미 자신이 완벽히 소화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정말 알고 있을까. '행복이 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가.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고 하면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 나는 평소 정의를 내려보는 습관을 권한다. 성공, 행복, 일, 직장,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 대한 정의부터. 직접 정의를 내려보면 알게 된다. 내가 그것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알고 있다는 걸 말이나 글로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면 그건 아는 게 아니다. 모르는 것이거나, 아직 아는 과정 중인 것이다. 우리는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설령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하지 않았다면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없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용해야 한다.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행해야 한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탠다.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꾸준해야 한다. 앎은 늘 실천과 행동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강연을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읽은 것을 삶에 적용하고, 보고 들은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인풋만으로는 아는 것이 아니다. 아웃풋이 있어야 비로소 아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문제는 새로운 정보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정리함으로써 풀린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답은 이미 가까이에 있다. 그것이 너무 익숙해서, 너무 뻔해서 못 보고 있을 뿐이다.
뻔한 것에 진실이 있다. 본질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것이고, 그 본질이 늘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좇기 전에 이미 내 안과 주위에 있는 것을 제대로 들여다볼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그것, 과연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게 맞을까.
[박근필]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읽고 쓰고 말하는 삶으로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박근필성장연구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저서;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부산 시청 특강 외 다수 출강
이메일 : tothemoon_pa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