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에서 보는 청렴의 의미

민병식

김유정(1908-1937)은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낙비’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생을 마감하는 1937년까지 불과 2년 동안 30여 편의 작품들을 쏟아 내었다.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작품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투리나 거침없는 비속어 등을 통해 얻은 익살스러운 웃음은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주요 작품으로는‘봄·봄’, ‘소낙비’, ‘산골 나그네’, ‘금 따는 콩밭 등이 있다.

 

영식은 가난하지만 순박한 농민이다. 어느 날 금을 캐러 다니는 수재가 영식이 농사짓는 밭에 금이 묻혔다며 농사 대신 금을 파자고 부추긴다, 영식의 아내는 가난을 벗어나리라는 기대에 영식을 부추기고 급기야 영식과 수재는 금을 캐기 위해 밭은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을 보고 마을 노인들은 세상이 망하려는 징조라고 소리친다. 욕심에 눈먼 영식에게 이런 말이 들어올 리 없다. 금줄을 찾느라 영식은 논농사도 포기했다. 마음 급한 금맥이 언제 나오냐고 수재를 다그치지만, 수재는 이번에 안 나오면 자기 목을 베라는 말만 반복한다.

 

결국 아무리 파도 금은 안 나오고 땅을 관리하는 마름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구덩이를 도로 묻어놓으라고 소리치지만 이제 구덩이를 묻어놓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징역을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식은 수재가 밉기만 하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고 다른 농부들은 누런 들판을 보며 즐거워하나 영식은 거둘 것이 없다. 

 

영식과 아내의 불화가 깊어진다. 아내는 계속 불만을 표시하고 언제는 금맥을 파자고 부추기더니 이제 와서 영식 탓만을 한다. 영식은 그런 아내를 때리고 수재는 황토 흙이 나오자 거짓으로 금줄을 잡았다며 호들갑을 떤다. 영식과 영식의 아내는 반색하고 수재는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도망가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왜 수재는 가진 것이 없는 영식을 부추겨 콩밭을 파게 했을까. 결국 허황된 욕심이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35년은 일제 강점기로 일제가 금본위 정책으로 전환하여 무기와 식량을 준비하며 전쟁 준비에 혈안이 된 시기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일제의 금 공급지로 변하고 말았다. 여기서 ‘콩’은 현실에 충실한 생활이라 볼 수 있는 반면, ‘금’은 물질적 욕망을 의미한다. 

 

즉, 주인공 영식이 콩밭에서 금을 캐는 행위는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탈출구이며 부를 추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파멸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콩’은 조선의 전통 산업인 농업을, ‘금’은 일제의 전략 산업인 광업을 대표한다. 즉, ‘금’을 캐기 위해 콩밭을 망치는 장면은 일제의 전략 산업에 희생되던 조선의 농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년 내내 농사를 지어봐야 자기 손에 떨어지는 것이 없는 농촌 생활의 궁핍 현상과 가난함이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들뜨고 경박한 삶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금’을 통해 부를 이루려는 영식의 욕망을 비판할 수 있을까. 누구나 먹고 잘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이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영식과 아내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사회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이 시기도 그때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코인과 주식, 부동산 투기가 판치는 지금이 과거 금을 캐는 사람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결국 순식간에 돈을 벌고 돈을 잃어버리는 그런 사회구조가 이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땀을 흘려 일하는 것이 중하게 평가되고 귀하게 대접받는 그런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 사람의 생각으로 고쳐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 고위관리를 비롯한 위정자 들이 갭 투자를 하는 마당에 일반 국민들에게 하지 말라고 규제를 하는 것도 우습다. 누가 말을 듣겠나. 자신들의 도덕성 해이는 관대하면서 국민에게는 법과 질서를 외친다. 힘과 권력으로 힘없는 국민을 누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청렴과 도덕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4.08 11:22 수정 2026.04.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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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