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
안녕하십니까?
미북정상회담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잘 살펴보면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해 가는 느낌입니다. 미국이 또 속는 것은 아닌지 미국과 한국에서 여러 말이 많습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은이 뒤에 버티고 있는 큰 형님 중국을 믿고 3차 방북한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를 빈손으로 돌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장사꾼 트럼프가 김정은을 잘 다루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한 수 아래에 있는 것 같네요. 미국제일주의를 외치면서 권좌에 올라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잘 나가는 듯했으나, 결국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시키고 무장해제 시켰지요. 이걸 보고 있는 김정은은 자신이 운전대를 잡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에게 남한은 한미동맹만 믿고 경제적 부담을 주는 나라로 보이고, 북한은 잘 되면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는 좋은 친구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장사꾼 기질이 있을지 모릅니다.
국제정치는 장사나 무력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프러시아의 프레드릭 대제가 일찍이 말했습니다. 즉 ‘무기 없는 외교는 악기 없는 음악과도 같다’고 갈파한 것을 트럼프가 알 리 없겠지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미국이 우리 남한을 배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데프트-가스라(1905년 7월 25일)회담에서 한반도는 일본이 먹고 필리핀을 미국이 먹기로 한 것과, 한반도를 미국의 극동방어선 밖이라고 선언한 1950년 1월 애치슨 라인이 대표적인 배신의 역사입니다. 1969년 7월 25일 닉슨독트린으로 주한미군을 대량 감축시키고 그에 대응한 박정희의 핵개발 계획마저 방해했지요. 그 이후 카터도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주장하다가 미국 내의 저항으로 반만 철수시키고 지금의 병력만 유지하고 있는데 이마져도 트럼프가 철수시키겠다고 합니다.
얼마 전 파키스탄의 핵개발 아버지 칸 박사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굶어 가면서까지 핵개발을 하여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데, 경제규모가 북한의 40배나 되는 한국이 핵개발을 안 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남한이 용단을 내리지 못하면 앞으로 북한에게 영원히 끌려 다닐 것입니다. 심지어 일본이 노리는 독도도 영원한 우리 땅이라고 보장도 할 수 없게 되겠지요.
결국 ‘강자의 역사’가 정의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도 핵개발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으나 현 정부 아래서는 헛소리로 들릴 것입니다. 남한이 핵을 가진 북한에 흡수통일 된다고 가정을 하면 중국도 일본도 한반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역발상도 일반 국민들은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다면 환영할지 모르겠습니다.
2018. 7
영국 맨체스터에서 김원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