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매니 앤 로

최민

여전히, 세상은 고통의 연속이다. 다 그렇다. 잘사는 나라나 못사는 나라나 만백성이 행복한 세상은 없다.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그 사람들의 서사는 행과 불행의 경계를 넘나들며 위태로운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래서 세상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재밌고 그래서 고통이다. 이런 삶의 고통을 영화라는 무대로 옮겨오면 우리는 진심으로 그 고통에 공감하며 웃고 울고 한다. 철학이 괜히 나왔겠으며 종교가 괜히 나왔겠는가. 모든 사람들의 삶이 재밌고 행복하면 철학도 종교도 예술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희망 없는 세상을 건너간다는 건 무엇일까. 희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꾸역꾸역 살아간다. 그게 삶이니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산다. 그래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까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보게 되고 듣게 된다.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고 느낄 때의 절망감보다 그냥 사니까 사는 절망감이 더 크다는 걸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래서 영화 주인공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그 주인공에게 나를 투영해 본다. 그게 바로 영화의 힘인가 보다. 이 지구에 사는 칠십억 명 중에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세상을 건너가는지 모른다. 영화 ‘매니 앤 로’가 바로 그런 영화다. ‘매니’와 ‘로’가 건너가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언니 로와 동생 매니는 각자의 위탁 가정에서 도망쳐 나와 같이 길에서 전전하며 살아간다. 자매는 어느 곳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늘 잠시 머무는 존재로 취급받아 왔다. 그러다가 두 자매는 보호 체계를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다. 훔친 차를 타고 도망치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자신들의 길을 정하게 된다. 처음엔 신나고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그 자유는 곧 막막함으로 이어진다. 먹고 살기 위해 도둑질도 서슴지 않고 빈집에 무단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언니 로는 임신하고 만삭의 상태라는 걸 알게 되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더 막막해진다.

 

자매는 무작정 도시 외곽으로 차를 몰고 간다. 외딴곳에 있는 어느 별장을 발견한 자매는 그곳을 아지트 삼아 아기를 낳을 방법을 연구한다. 출산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출산용품 가게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 일레인을 납치해 온다. 그 중년 여성 일레인에게 다이얼 방식의 족쇄를 채워 감시하면서 로의 출산일을 기다린다. 사정을 알게 된 일레인은 두 자매를 돌보기로 한다. 그런 일레인에게 매니가 묻는다.

 

“일레인 가족은 없어?”

 

일레인도 어린 시절에 매니와 로처럼 아픔이 있었기에 이 자매를 돌봐주기로 결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관계로 발전해 가며 납치된 관계에서 돌봄의 주체가 된다. 로의 출산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세 사람은 더욱 가족 같은 유대감이 형성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법과 사회라는 질서 속에서 각자의 삶을 다시 갈라놓으려고 한다. 결국 출산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을 다가오게 된다. 로는 두려움에 떨지만 일레인은 침착하게 로의 출산을 돕게 된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그만하겠다고 일어서는 로에게 일레인은 단호하게 말한다.

 

“어디도 못가 알겠어? 너도 못 가고 나도 못 가. 여기서 그대로 애 낳는 거야. 믿을 수 있겠어?”

 

로는 고통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들판에서 남자아이를 낳은 로는 자신이 납치해 온 낯선 일레인의 도움을 받으며 세상 속으로 담담하게 걸어가며 끝을 맺는다. 

 

길 위의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 미래도 없고 고통뿐인 삶이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때론 진실의 온기가 태어난다. 피로 맺어지지 않은 관계가 어떻게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영화다. 사랑은 반드시 제도권 안에서만 자라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하게 보여 준다. 이 영화는 납치라는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이 불온하고 도덕적이지 않은 불편한 소재가 오히려 조심스럽게 공감이라는 감정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에게 문제 하나를 툭 던져 놓는다.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방치되고 유기되지만 끝내 보호받지 못한 채 국가 시스템 안에서 실패한 인간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매니 앤 로”는 지금도 어디서든 벌어지고 있는 아동문제다. 매니와 로가 겪어야 할 세상을 누군가도 겪고 있을 세상이다. 세상 끝으로 내몰렸던 이 자매에게 아기가 태어나면서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게 된다. 생명은 희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희망을 품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절망을 견디면 희망이 있다는 상투적인 말에 속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영화를 보면서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린다. 기다림이 인생이고 인생이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출산의 두려움에 떨던 로가 동생 매니에게 나직이 말한다.

 

“나 죽기 싫어 매니”

 

 

[최민]

까칠하지만 따뜻한 휴머니스트로 

영화를 통해 청춘을 위로받으면서

칼럼니스트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플로리스트로 꽃의 경제를 실현하다가

밥벌이로 말단 공무원이 되었다. 

이메일 : minchoe293@gmail.com

 

작성 2026.04.14 10:28 수정 2026.04.14 10:28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