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해피구 느림동에서」는 생의 에너지를 노래하는 시집이다. 시인은 그 에너지가 깊고 내밀한 불면의 밤에서 나오며, 그 불면의 밤의 근원은 상처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안고 산다. 하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과 현재의 좌표는 달라진다. 직시하고 딛고 넘어서기. 여기에는 용기와 노력은 물론 그 무엇에도 꺾이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한데, 시인은 상처 안에 갇히지 말라고, 상처란 닫힌 창문일 뿐이니 그것을 활짝 열고 호흡하라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속삭이고 있다. 시인은 “아침 세안이 사회인으로 생존이라면 밤 세수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휴식이리라”(「미혹되지 않는 나」)고 주문처럼 노래한다. 또한 “내가 양극성이고 양극성이 나인 듯 내가 늙어가듯 양극성도 늙어간다”(「너희에게」)고 고백하는 문장에는 넘어선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와 건강한 땀이 녹아있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누구라도 생의 에너지 가득한 비타민 한 알 삼키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민숙 시집 / 보민출판사 펴냄 / 128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