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 일부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이유

배는 지나가는데 왜 봉쇄?…호르무즈 해협의 보이지 않는 포위망 실체

이란 경제 90% 해상 의존…미국이 바다를 막자 테헤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호르무즈의 역설: 선박은 통과하지만 이란 경제는 멈췄다, 그 이유는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바다를 잠그는 자, 세계를 흔드는 자

 

호르무즈.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누군가는 고대 신화 속 해신의 이름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좁디좁은 물길은 신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을 매일 품고 있다. 폭이 불과 33킬로미터에 불과한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석유 수출량의 20퍼센트가 흘러나간다. 이란 석유 수출량만 따지면 무려 80퍼센트가 이 길목을 지나간다. 누군가 이 수도꼭지를 잠근다면, 세계 경제는 즉각 목이 타기 시작한다. 그 누군가가 지금, 실제로 손을 뻗었다.

 

미국이 이란 항구를 전면 봉쇄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브래드 쿠퍼 제독은 단호하게 선언했다. 봉쇄 조치가 시행된 지 36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란의 해상 무역 거의 전부가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이란 경제의 약 90퍼센트가 해상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다. 한 국가의 경제적 산소를 끊는 행위다. 숨통을 조여오는 손길이 이렇게도 정교하고 신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 돋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포착된다. 봉쇄가 선언되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유유히 통과하는 상선들이 목격되고 있다. 이란이 봉쇄를 뚫었는가? 미국의 선언이 공허한 엄포에 불과한가? 섣불리 결론 내리기 전에, 전략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봉쇄의 핵심은 해협 자체를 물리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다. 중부사령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봉쇄 대상은 이란의 항구들이지, 호르무즈 해협 수로 그 자체가 아니다. 국제법상 공해와 국제 항로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는 해상법 위반이다. 따라서 이란과 무관한 제3국 선박들은 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상선들이 해협을 지나가는 장면이 목격되었다고 해서, 봉쇄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진짜 봉쇄는 다른 곳에서 작동한다. 

 

미 해군 대령 출신 칼 슈스터는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란을 봉쇄하기 위해 페르시아만 안에 함정을 들여보낼 필요가 없다." 현대 해군의 감시망은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목표 선박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항공우주 시스템과 연동된 정밀 탐지 장비가 탑재된 12척 이상의 군함이 해협 바깥 해역에 포진해 있다. 그 함대는 항공모함, 상륙함, 수륙양용 도크함, 구축함, 연안전투함으로 구성된 입체적 전력이다.

 

만재 유조선의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 남짓에 불과하다. 거대한 쇳덩이가 바다 위를 자전거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기어가는 셈이다. 미 해군 항공기와 구축함이 이런 선박을 여러 주일에 걸쳐 추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란 연계 화물을 싣고 해협을 빠져나간다 해도, 목적지 항구에 닿기 훨씬 전에 공해상에서 차단당할 수 있다. 올해 초, 베네수엘라 유조선 한 척이 출항지에서 수천 마일이나 떨어진 인도양 한가운데서 미군에 나포된 사례가 이를 생생히 증명한다.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봉쇄가 명확한 지리적 경계를 갖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이란 연계 선박이 어느 공해상에 있든, 최종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다. 선박 관리 회사 앵글로-이스턴의 대표인(CEO), 비욘 호이가르드가 경고한 대로다. "봉쇄를 해협의 물리적 차단으로 너무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마라." 진짜 봉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훨씬 더 촘촘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란의 반격 카드는 얼마나 유효한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의 소형 공격정들은 페르시아만 같은 좁은 바다에서 치고 빠지는 전술을 위해 설계되었다. 아라비아해와 같이 탁 트인 외해에서의 작전은 처음부터 이 함정들의 설계 개념 밖이다. 탄도 미사일과 대함 순항 미사일이 일부 남아 있다고 해도, 미군의 방공망 앞에서 그 효용성은 제한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향해 10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전량 요격되었다고 밝혔다. 봉쇄 군함들 대부분이 이란 해안에서 한참 떨어진 원거리에서 작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성 2026.04.21 14:56 수정 2026.04.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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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