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기후동행카드가 ‘요금 인하’라는 변수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존 환급 방식보다 즉각적인 가격 인하가 시민의 이동 선택을 바꾸는 데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녹색전환연구소가 발표한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현재 월 6만2000원 수준인 기후동행카드 요금을 2만 원으로 낮출 경우 대중교통 이용자는 크게 증가하고 승용차 이용은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과 에너지 불안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단순한 교통비 절감 차원을 넘어 구조적 이동 방식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분석됐다.
현재 서울시 전체 대중교통 이용자는 약 1152만 명이며, 이 가운데 기후동행카드 미가입자는 약 1080만 명에 달한다. 연구 결과, 이 중 월 교통비 2만 원 이상을 사용하는 약 988만 명이 잠재적인 전환 대상으로, 요금이 2만 원으로 낮아질 경우 약 134만 명이 새롭게 카드에 가입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존 이용자 72만 명을 더하면 전체 이용자는 최대 20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변화는 중간 교통비 지출 구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월 2만 원에서 4만 원 구간에서는 약 43만 명, 4만 원에서 6만 원 구간에서는 약 40만 명, 6만 원에서 8만 원 구간에서도 약 31만 명의 신규 유입이 예상되면서, 기존 요금 체계가 대중교통 고빈도 이용자에게는 유리했지만, 승용차와 대중교통을 병행하는 중간층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가격 인하의 효과는 이용자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승용차 이용 감소 규모는 최소 15만 대에서 최대 40만 대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교통 혼잡 비용도 연간 약 1580억 원에서 최대 4090억 원까지 절감될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에 더해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연간 최대 34만 톤까지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도시의 연간 감축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특히 ‘가격 신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기존의 3만 원 환급 방식은 이용 이후 혜택이 제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보는 한편, 요금 인하는 이용 시점에서 체감되는 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교통수단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후동행카드를 단순한 정기권이 아닌 통합 이동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는데, 이는 지하철과 버스뿐 아니라 공공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과 연계할 경우 도시 내 이동 효율을 높이고 자동차 의존도를 더욱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분석은 전기차 보급 중심의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대안으로도 주목된다. 차량 연료를 바꾸는 접근이 아닌 이동 수요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탄소 배출과 교통 혼잡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핵심은 가격 구조로, 이용자가 체감하는 실질 요금이 낮아질 때, 시민의 이동 방식은 변화한다는 점이 이번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대중교통 정책은 시민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 기후동행카드의 가격 인하는 비용 부담 완화를 넘어 도시 교통 체계와 환경 정책을 동시에 바꾸는 촉매가 될 수 있으며, 유가 상승과 기후위기가 겹친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접근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