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쓰레기가 석유로 돌아온다”… 화성 열분해 공장, ‘자원순환 해법’ 될까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비밀이 없다. 현장은 언제나 실체를 말한다.
4월 21일 새벽 6시, 취재진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휴먼리사이클 공장을 향해 이동했다. 아직 전철이 운행되기 전,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발한 이번 일정에는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이상권 총재를 비롯해 환경감시일보 에코인 전략기획실 김형준 위원장, 정인성 미디어본부장, 환경감시일보 송영배 편집국장 등 취재 실무단이 동행했다.
이날 취재의 핵심 질문은 단 하나였다.
“대한민국은 과연 ‘보이지 않는 산유국’이 될 수 있는가.”
■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 해법은 ‘열분해’
현재 전 세계는 ‘쓰레기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플라스틱과 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은 편리함 뒤에 막대한 폐기물을 남겼고, 산과 들, 하천과 바다까지
쓰레기로 뒤덮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가연성 폐기물 진공 무산소 열 분해 기술이다.
■ “다이옥신 원천 차단”… 친환경 공정 강조
해당 기술은 산소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 폐플라스틱과 비닐 등을 350~450℃의 저온으로 가열해 오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공장 관계자는 “이 공정은 연소가 아닌 분해 방식이기 때문에 다이옥신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냄새와 미세먼지 발생도 최소화한 친환경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 소각 방식 대비 약 80% 수준까지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정책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 하루 24톤 생산… ‘도시형 유전’ 가능성
공정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분류된 폐플라스틱을 반응기에 투입하면 진공 상태에서 고분자 물질이 분해되고, 이후 유화·정제 과정을 거쳐 고순도의 오일이 생산된다.
한 번의 공정에는 약 8시간이 소요되며, 하루 두 차례 가동 시 약 24톤의 오일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도시형 유전(Urban Oil Field)’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쓰레기가 다시 자원이 된다”… 순환경제 현실화
매립 금지 정책과 탄소중립 요구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 기술은 폐기물 문제 해결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폐비닐, 포장재, 스티로폼 등 기존에 처리 난도가 높았던 폐기물들이 다시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열분해 기술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폐기물이 다시 자원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며 “이론을 넘어 실제 산업적 결과물이 축적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 “막연한 희망 아닌 현실”… 과제도 존재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경제성 확보, 안정적 원료 수급, 정책 지원 여부 등이 상용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버려진 쓰레기가 다시 에너지로 돌아오는 과정은 더 이상 개념이 아니라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 결론
한때 지구 온난화만을 걱정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폐기물 자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그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버린 것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어쩌면 이미 또 다른 의미의 ‘산유국’에 가까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 정책은 외치고, 현장은 방치… 엇박자 나는 환경행정
이번 화성 열분해 공장 취재는 단순한 기술 확인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 환경정책의 ‘이중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앞다퉈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대안 기술 도입과 지원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폐플라스틱과 비닐 처리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여전히 소각과 매립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말뿐인 탄소중립”… 정치 구호에 갇힌 환경정책
환경 정책이 과학과 산업이 아닌 정치 구호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친환경 도시”, “탄소중립 선도지역” 등의 구호는 넘쳐나지만, 실제 예산 배분과 인허가 구조는 신기술 도입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관계자는 “열분해 같은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행정 절차와 규제 장벽 때문에 확산 속도가 더디다”며 “정치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강화도, ‘청정 이미지’ 뒤에 가려진 정책 공백
이 같은 문제는 인천 강화도 사례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강화도는 수도권 대표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폐기물 처리 정책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객 증가와 생활폐기물 확대에도 불구하고,자체 처리 인프라 부족 재활용 선별 체계 미흡
고도 자원화 기술 도입 지연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환경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결국 상당량의 폐기물이 외부로 반출되거나 임시 처리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환경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왜 화성은 되고, 강화는 안 되나”
화성의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화성은 민간 기술과 결합해 열분해 기반 자원화 시스템을 구축하며 ‘에너지 회수형 처리’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반면, 강화도는 여전히 전통적 처리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여건이 아니라
정책 의지와 행정 판단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같은 수도권임에도 어떤 지역은 자원순환 산업을 키우고, 어떤 지역은 폐기물 부담을 외부로 넘기는 구조”라며 “지방정부의 전략 부재가 격차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중앙 vs 지방 ‘핑퐁 행정’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책임 공방 역시 반복되고 있다.
중앙은 제도와 방향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지방은 예산과 권한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 사이에서 폐기물은 쌓여가고, 기술은 현장에 안착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 결론: 기술은 준비됐다, 남은 건 ‘결단’
화성 공장에서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은 이미 현실이 됐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책이다.
강화도를 비롯한 상당수 지자체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한,
탄소중립은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 기술을 받아들이는 정치적 결단이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시대,
대한민국이 진정한 ‘순환경제 국가’로 갈 수 있을지는
결국 정책의 방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