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복판에서 56년째 터를 잡고 살아온 '도심 속 산증인' 육도 강우종 이사장. 그는 매일 새벽 삼각산(북한산)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다져온 산악인인 동시에, 1993년 오산종주의 첫 발자취를 남긴 국내 산악 트레일 문화의 선구자다. 그런 그가 최근 11년째 이어온 산악 대회를 진행하며 겪은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행정의 벽에 부딪혀 '수난'으로 변질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11년의 헌신, 사비 털어 일궈온 '청년 교육의 장'
강 이사장이 사비를 털어 매년 4월과 10월 대회를 개최해온 이유는 명확하다. 서울과 경기 일대 211km에 달하는 19개 명산을 넘나들며 스스로 터득한 인생의 지혜를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은 단지 오르는 곳이 아니라, 자신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우는 학교다”
강 이사장은 매년 수천만 원의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청년들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눌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그러나 2026년 올해, 그가 마주한 현실은 격려가 아닌 차가운 규제였다.
◆‘세계적 추세는 장려, 우리는 과태료 위협’
올 초 국립공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원 내 산악마라톤 대회를 전면 금지한다는 공고를 냈다. 대회 10일 전에는 선수들에게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공식 문서까지 전달되었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 준비해온 109km 메인 코스가 취소되었고, 참가자들의 환불 요청이 빗발치는 등 대회는 시작 전부터 큰 위기를 맞았다.
강 이사장은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국립공원 내 트레일 대회를 국가 자산으로 선포하고 장려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악 트레일을 즐기는 인구는 3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 인근에 이런 훌륭한 산악 인프라를 두고도 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는커녕, 시민들의 자율적인 체력 연마를 원천 봉쇄하는 행정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름 없는 대회, 빗속에서 벌어진 ‘단속 촌극’
결국 대회는 파행 속에 치러졌다. 용마산역 인근에서 모인 선수들은 대회를 상징하는 아치 하나 세우지 못했고, 배번호조차 달지 못한 채 산에 올랐다. ‘범죄자’ 취급을 피하기 위해 코스를 급히 변경하고 각자 흩어져 이동하는 고육지책을 써야만 했다.
특히 대회 마지막 날, 구파발 부근 둘레길에서는 일부 구간 통행을 두고 공원 관계자들과 마찰이 빚어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일반적인 산행객과 다를 바 없는 이동임에도 불구하고, 대회의 연장선이라는 이유로 단속반이 선수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등 고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강 이사장은 “담당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지나간 선수들까지 단속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며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규제 중심 행정에서 ‘상생과 공존’의 길로
강 이사장이 바라는 것은 무분별한 개방이 아니다.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시민들이 건강하게 산을 향유할 수 있는 ‘상생의 가이드라인’이다. 그는 “국가기관이 개인의 노력을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건강하게 성장하려는 청년들의 기세를 꺾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악 트레일 러닝은 이제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세계적인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규제 일변도의 행정에서 벗어나, 국립공원을 국민의 건강 증진과 글로벌 관광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강 이사장은 오늘도 청년들이 당당하게 우리 산하를 달릴 수 있는 날을 꿈꾸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산을 향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강우종 이사장이 지키고자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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