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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벌써 오래전부터 나에게서
죽음의 공포는 사라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자선병원 하얀 병실에서> 부분
‘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시인은 깨닫게 되었다.
자신에게서 죽음의 공포가 사라졌다는 것을.
시인은 이렇게 생각했을까?
‘나 하나 죽어도
이 세상은 지금처럼 잘 돌아갈 것이다.
지빠귀는 여전히 노래할 테고.
나 하나야 티끌 같은 존재지.’
그렇지 않다.
나 하나 죽으면
내가 살아가던 이 우주가 함께 사라진다.
모든 존재는 각자 하나의 우주다.
매미 한 마리가 죽으면
그 매미가 살아가던 우주도 함께 사라진다.
시인이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시인은
‘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자신이 지빠귀의 노랫소리와 함께
하나의 파동으로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아, 나는 하나의 파동이었어.’
‘이제 잠시 솟아올랐던 삶이라는 파동이 가라앉는 거야.’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