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부과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주병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는 4월 30일부터 하도급, 가맹, 유통 분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과징금 고시 개정안도 함께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 발표된 과징금 제도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핵심은 과징금 수준의 실질적 상향과 부과 기준의 정교화다. 기존 제도에서는 위반 행위가 중대한 수준으로 분류되더라도 실제 부과되는 금액이 낮아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부과기준율과 기준금액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고 위반 행위의 중대성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했다.
하도급 분야의 경우 가장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한 부과기준율은 최대 100%까지 확대되고 정액 기준 역시 최대 20억 원 수준으로 상향된다. 중간 단계와 경미한 위반도 각각 기준이 높아져 전반적인 부담이 커진다. 가맹, 유통, 대리점 분야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개편되며 특히 유통 분야는 최고 부과 비율이 200%까지 확대된다.
또한 세부 평가 기준도 손질된다. 가맹 분야에서는 매출 규모 산정 기준 시점을 위반 행위 종료 시점 기준으로 조정해 현실 반영도를 높인다. 대리점 분야는 위반 유형과 공급업자 규모 등을 추가 고려 요소로 반영해 보다 입체적인 평가 체계를 구축한다.
반복 위반에 대한 제재도 한층 강화된다. 최근 5년 동안 단 한 차례 위반 이력이 있어도 과징금이 최대 50%까지 가중될 수 있으며 위반 횟수가 증가할수록 최대 100%까지 추가 부과가 가능해진다. 이는 반복적 법 위반에 대한 경고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한 조치로 해석된다.
보복 행위에 대한 제재 역시 강화된다. 신고나 분쟁조정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악의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돼 추가 과징금이 부과된다. 대리점 분야의 가중 비율은 기존보다 높아지고 가맹 분야에는 새로운 가중 규정이 도입된다.
반면 감경 기준은 크게 축소된다. 과거에는 조사 협조와 심의 협조를 각각 인정해 최대 20% 감경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전 과정에 성실히 협조한 경우에만 최대 10% 이내로 줄어든다. 자진 시정에 따른 감경 역시 위반 효과를 상당 부분 제거한 경우로 제한되며 감경 폭도 축소된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기존 감경 혜택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가맹 분야에서 경미한 과실에 대한 감경 규정은 삭제된다. 이는 법 위반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묻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법령 문구 역시 정비된다. 어려운 용어를 보다 쉽게 풀어 쓰고 혼재된 표현을 통일해 가독성과 이해도를 높인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을 반영한 뒤 관계 부처 협의와 법제 심사를 거쳐 최종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기업의 법 준수 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은 과징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반복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법 준수 의식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감경 요건 축소와 가중 기준 강화는 위반 행위 억제 효과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의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기준 조정을 넘어 기업 규제 체계의 방향성을 바꾸는 신호로 읽힌다. 과징금 부담이 커진 만큼 기업들은 내부 통제와 준법 경영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