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피처] 2026 세계 재즈의 날, 분열 사회 대안인 상호 경청의 실천 모델

4월 30일 시카고 리릭 오페라 하우스, 15회 글로벌 콘서트 현장

과거 데이터 한계 극복, 40명 아티스트가 증명한 실시간 세대 전승

확증 편향 시대의 극복,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기술


40인의 무대, 하나의 질문: 재즈는 어떻게 소통과 평화를 말하는가

현지시간 4월 30일 미국 시카고 리릭 오페라 하우스에서 제15회 세계 재즈의 날 올스타 글로벌 콘서트가 열렸다. 허비 행콕, 제이콥 콜리어, 디 디 브리지워터 등 40명 이상의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한자리에 모인 이 행사는 대규모 음악 축제 이상의 명확한 지향점을 지닌다. 

 

참가자 전원이 존 레논의 'Imagine'을 함께 부르며 장식한 피날레 무대는, 파편화된 현대 사회를 향해 예술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결론이다. 재즈는 일방적인 감정의 발산이나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돋보임을 앞세우기 전 타인의 연주를 먼저 듣고 조율하는 상호 경청의 형식임을 현장에서 입증했다.

 

<Mutual Listening>  Prompted by The Imaginary Pocus, Generated by Midjourney

 

데이터가 아닌 체온으로 잇는 세대 간 전승

이번 글로벌 행사의 중심 무대로 10년 만에 미국의 시카고가 다시 선정된 배경에는 이 도시가 품은 역사적 유산이 있다. 이날 콘서트는 시카고의 음악적 유산을 반영한 4부작 헌정 무대로 전개되었다. 

 

디 디 브리지워터와 그레고리 포터는 시카고 재즈의 상징인 램지 루이스의 곡을 듀엣으로 불렀고, 제이콥 콜리어는 퀸시 존스에게 진심 어린 헌정 무대를 바쳤다. 이는 선배 세대가 남긴 예술적 성취가 디지털 아카이브 속 고정된 데이터로 남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 

 

과거의 무형 유산이 현재 활동하는 후배 음악가들의 육성과 합주라는 물리적 행위를 통해 현세대로 직접 이식되는 세대 간 전승의 과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인터플레이가 만드는 합주의 원리

유네스코가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재즈의 날은 음악의 구조를 사회적 공존의 모델로 치환한다. 대중의 오해와 달리 재즈의 연주 방식은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다. 

 

사전에 약속된 화성이나 박자의 구조 안에서 현장의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새로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인터플레이(Interplay)다. 연주자는 상대방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합주를 이어갈 수 없다.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정해진 정답만을 출력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달리, 타인과의 우발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결과를 도출해 내는 이 상호 의존적인 대화 구조가 바로 재즈의 본질이다.

 

분열된 사회를 관통하는 듣고 반응하는 사회적 대화의 기술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는 유네스코를 통해 재즈를 한없이 부정적인 상황을 자유와 우정과 희망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라 정의한 바 있다. 확증 편향과 집단 간 단절이 심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 정의는 현실적인 지침으로 작동한다. 

 

시카고 무대에서 40여 명의 예술가가 증명한 합주의 원리는 막연한 평화의 구호가 아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개인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주장을 먼저 듣고 자신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사회적 대화의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인 행위로 입증한 것이다. 

 

예술이 보여준 이 명확한 대화의 형식을 현실의 사회적 대화로 확장하는 과제가 남았다.


[전문 용어 사전]

▪️상호 경청: 상대방의 소리나 의견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흐름에 맞추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상호작용을 이어가는 태도.

 

▪️세대 간 전승: 선배 세대의 경험과 무형의 철학이 단순한 디지털 데이터나 기록으로 남는 것을 넘어, 후배 세대의 실체적인 행위와 합주를 통해 현세대로 직접 이어지는 현상.

 

▪️인터플레이(Interplay): 단순한 무질서나 변형이 아니라, 합주자들끼리 사전에 약속된 기본 구조를 엄격히 지키면서도 현장의 맥락과 타인의 연주에 맞춰 자유롭게 선율을 창조해 내는 즉흥 연주 기법.

 

▪️사회적 대화의 기술: 파편화된 사회나 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른 개인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소통 및 합의 능력.

 

▪️확증 편향: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사실은 배척하여 객관적 판단을 잃고 분열을 초래하는 인지적 현상.

 

[핵심 참고 자료]
2026 세계 재즈의 날 전 세계 기념행사, 시카고 올스타 글로벌 콘서트로 뜨겁게 마무리 (뉴시스/PR Newswire) 

세계 재즈의 날 (4월 30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시카고, 4월 세계 재즈의 날 15주년 기념행사 글로벌 개최 도시로 선정 (News Magazine Chicago) 

 

 


 

작성 2026.05.03 03:20 수정 2026.05.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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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