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싫지만 남남처럼?"... 황혼의 새로운 선택 '졸혼 계약서' 완벽 가이드

결혼의 마침표 아닌 '쉼표', 왜 지금 졸혼인가?

단순 약속은 위험하다, 법적 효력 담보하는 계약서 작성법

재산분할청구권의 딜레마, 별거 중 경제적 권리는 어디까지?

황혼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졸혼'을 준비하는 부부들을 위한 필독 가이드. 법적 효력을 갖춘 졸혼 계약서 작성법, 재산분할청구권의 범위, 상속 및 연금 문제 등 실무적인 법적 팁을 상세히 다룹니다.


백세 시대를 맞아 부부 관계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참고 사는 것이 미덕이었으나, 이제는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를 모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졸혼(卒婚)'이다. 

 

결혼 생활의 졸업을 의미하는 졸혼은 법적인 혼인 관계는 유지하되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사는 방식을 뜻한다.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따르는 사회적 시선이나 자녀 교육, 재산 정리의 복잡함을 피하면서도 자유를 얻고 싶은 황혼기 부부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준비 없는 졸혼은 오히려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막연한 구두 합의는 추후 재산권이나 부양 의무 문제에서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성공적인 졸혼을 위한 법적 방어막인 '졸혼 계약서' 작성법과 재산분할청구권의 실체를 상세히 짚어본다.

 

법적 효력 담보하는 계약서 작성법


졸혼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졸혼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법적으로 졸혼은 정식 이혼이 아니기에 민법상 혼인 유지의 의무가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계약서에는 단순한 생활 수칙 이상의 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항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선 거주지에 대한 합의가 명확해야 한다. 별거를 할 것인지, 한 집 내에서 독립된 생활을 할 것인지 정하고 이에 따른 주거 비용 분담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상호 간의 정조 의무와 부양 의무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졸혼 후 다른 이성과의 교제를 허용할 것인지, 명절이나 가족 행사 시 부부로서의 역할을 어디까지 수행할 것인지를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계약 내용이 공증을 통해 객관적 증거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적 계약서는 추후 변심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이 높으므로, 법무법인을 통한 공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안전한 노후를 위한 첫걸음이다.

 

재산분할과 경제적 자립의 법적 쟁점


졸혼을 선택하는 부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단연 경제적 문제다. 많은 이들이 "졸혼 상태에서도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률상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졸혼 상태에서는 원칙적으로 민법상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재산분할은 이혼을 전제로 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졸혼 계약 단계에서 향후 이혼 시 재산분할 비율을 미리 합의해 두거나, 현재의 자산을 미리 분할하여 명의를 이전하는 '부부간 계약'의 형식으로 경제적 독립을 꾀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별거 기간 중 형성된 재산에 대한 권리 관계다. 

 

졸혼 중 각자 벌어들인 수입이나 상속받은 재산이 추후 정식 이혼 시 분할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를 미리 명문화해두지 않으면, 수년 뒤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생활비 지급 여부와 연금 수령액의 분배 등 구체적인 숫자를 계약서에 담는 것이 경제적 파탄을 막는 핵심이다.

 

사후 권리와 잠재적 리스크 관리


졸혼은 현재의 삶뿐만 아니라 미래의 법적 지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배우자 신분이기 때문에 한쪽이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는 제1순위 상속인이 된다. 만약 졸혼 과정에서 감정적 골이 깊어 상속권을 배제하고 싶다면 유언공증 등 별도의 법적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의 분할연금 수급권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단절된 기간은 연금 분할 산정 시 제외될 수 있으므로, 별거 시작 시점과 기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아울러 졸혼 상태에서 일방이 거액의 빚을 지거나 사고를 쳤을 때 상대방에게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일상가사대리권의 범위를 제한하고 상호 간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법적 굴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졸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나 그 시작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감상적인 기대보다 냉철한 법적 대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사이에 무슨 계약서냐"는 식의 안일함은 황혼의 자유를 악몽으로 바꿀 수 있다. 명확한 졸혼 계약서는 서로의 독립된 삶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혹시 모를 갈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니즈를 파악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꼼꼼하게 작성된 계약서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운 졸혼 생활이 가능해진다. 이제 부부라는 이름의 구속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리하게 거리를 두는 기술을 배워야 할 때다.

작성 2026.05.03 10:01 수정 2026.05.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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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