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나눔] 벧엘로 돌아가라

창세기 35장 1–22절

벧엘로 돌아가라 

야곱의 결단,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순간

 

 

인생은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창세기 35장 1–22절은 그러한 순간에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야곱은 세겜 사건 이후 주변 민족의 보복이라는 두려움 속에 놓여 있었다. 공동체는 불안했고, 미래는 불확실했다. 그때 하나님은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라.” 이는 단순한 이동 명령이 아니라, 신앙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라는 선언이었다. 벧엘은 야곱이 처음 하나님을 만났던 자리이자, 약속이 시작된 장소였다.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이 장면은 강하게 시사한다.

 

야곱은 하나님의 명령에 즉각 반응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결단이었다. 그동안 야곱의 가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다양한 우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라헬이 숨겨왔던 드라빔과 같은 물건들은 그 상징적인 예다. 야곱은 이 모든 것을 모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 묻어버렸다.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이 장면은 변화는 외적인 환경이 아니라 내면의 정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많은 ‘우상’을 붙잡는다. 그러나 회복은 그것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야곱 일행이 이동하는 동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주변 성읍 사람들이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성경은 이를 “하나님의 두려움”이 그들에게 임했기 때문이라고 기록한다. 이는 인간의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보호였다. 야곱은 이전까지 속임수와 전략으로 자신의 생존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하나님이 직접 개입해 길을 열어주었다.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할 때 오히려 불안은 커지지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때 예상치 못한 평안이 찾아온다는 메시지가 이 장면에 담겨 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은 여전히 역사하며, 순종의 길 위에서 그 보호는 더욱 분명해진다.

 

벧엘에 도착한 이후 야곱의 삶에는 또 다른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의 어머니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의 죽음, 그리고 사랑했던 아내 라헬의 죽음이 그것이다. 특히 라헬은 베냐민을 낳다가 생명을 잃는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기쁨과 동시에 사랑하는 이를 잃는 슬픔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인생의 아이러니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하나님은 야곱에게 다시 나타나 언약을 확인시킨다. “네 이름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이는 그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주는 선언이었다. 상황은 흔들리지만, 하나님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 상실 속에서도 신앙의 본질은 유지되며,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

 

본문 후반부에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등장한다. 야곱의 장자 르우벤이 아버지의 첩 빌하와 동침하는 사건이다. 이는 가정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였다. 하나님의 약속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인간의 죄와 연약함은 계속 드러난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이러한 사건이 하나님의 계획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성경은 인간의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을 통해 역사가 이어진다는 점이 이 본문의 중요한 메시지다.

 

창세기 35장 1–22절은 회복의 본질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다. 야곱은 위기 속에서 벧엘로 돌아갔고, 우상을 버렸으며, 상실을 경험했지만 결국 하나님의 약속 안에 머물렀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삶이 무너졌다고 느껴질 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앙의 시작점, 약속의 자리, 벧엘로 돌아가는 결단이야말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5.03 18:38 수정 2026.05.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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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