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정영수 단편 ‘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에서 보는 스스로 찾는 자기 삶의 목적과 의미

민병식

정영수(1983 -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2014년 단편소설 레바논의 밤이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면서 등단하였다. 제9회, 10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고 소설집으로 ‘애호가들’, ‘내일의 연인들’이 있다.

 

이 단편의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애호가들'에 두 번째로 실려 있다. 화자인 ‘나’는 괜찮은 성적임에도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3학년 2학기에 학교에서 배정해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그런데 공장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자동차 창문에 부착될 스위치 세트를 검사기에 꽂은 후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불량 검사를 하는 일이다. 

 

검사기에 초록불은 정상, 빨간불은 불량, 하루 종일 이 작업만을 반복한다. 공장에서는 일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어폰으로 음악도 못 듣게 하고 잡담도 금지한다. 심지어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할 수도 없다. 그 참을 수 없는 공장 일의 지루함을 ‘나’는 그리스의 비극을 암송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화자는 잔혹한 살해가 끊이지 않는 그리스 비극을 머릿속으로 끝없이 암송한다. ‘아가멤논’은 이백 번쯤 읽었다. 다른 사람은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는 하필이면 수많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그 비극을 말이다. 바로 화자는 죽음만이 지루함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무의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친구 재인 덕분에 그가 그렇게 외우고 다녔던 그리스 비극을 번역해 낸 ‘우정희’라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우정희라는 노인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와서 평생에 걸쳐 그리스 비극을 번역해 낸 사람이었는데, 화자는 노인을 만나면, 어떻게 그 긴 삶을 견뎌낼 수 있었냐고, 그렇게 버틴 삶은 어떤 의미를 주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을 내놓는다. 바로 화자가 겪었던 지겨움이 대답이었다. 처음에 우연한 계기로 대학원에 들어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하게 되었고 번역 작업을 하다가 중간에는 이 일이 자신의 인생에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믿게 되었는데 평생을 살아보니 지금은 어떤 일을 하던 그것이 인생에 큰 의미를 부여해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노인은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으니 그저 하는 거라고 대답한다. 그 위대한 노인 또한 평생 그냥 자기가 하던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 지겨운 생애를 버티어 낸 것이었다. 화자는 자신이 해답을 들을 수 있었을 것만 같았던 노인에게서조차 인생은 별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듣고 더 이상 그리스 비극을 암송할 수 없게 된다.

 

작품은 자기 삶의 진정한 목적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화자가 매일 공장에 다니는 이유는 생계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맞지 않아도 매일 매일 같은 생활이어도 다니는 거다. 이 밥벌이의 지겨움을 이겨낼 자가 누가 있겠는가. 결국 작품은 살아 있다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살면서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 가에 대한 실존의 의미는 각자의 시간에서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5.06 12:42 수정 2026.05.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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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