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작품
바람이 말한다.
바람이 산의 어깨에 기대어 말한다.
오래 흔들려도
끝내 제 자리를 잃지 말라고
바람이 강의 허리를 감아 흐르며 말한다.
막히는 곳마다 돌아서라도
끝내 앞으로 내려가라고
바람이 햇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구부러진 세상 한복판에서도
제빛만큼 곧게 품으라고
바람이 구름의 옷깃을 헤치며 말한다.
머물지 못하는 날들 속에서도
가벼운 마음 하나 잃지 말라고
바람이 비의 젖은 등을 토닥이며 말한다.
메마른 곳이 있다면
조용히 스며들어 적셔 주라고
바람이 눈 덮인 밤에 귀 기울여 말한다.
차가운 세상일수록
더 깊이 사람을 덮어 주라고
언제나 바람은
세상의 모든 것에게 말을 건네지만
끝내 그 말은
우리 마음 가장 여린 곳에 와 닿는다.
* 시작 노트
바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통해 삶의 태도와 마음의 방향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바람은 산에 흔들려도 자리를 지키는 단단함을, 강에 막혀도 끝내 흘러가는 인내를, 햇살에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잃지 않는 곧음을 일깨운다. 또한 구름의 유연함, 비의 스며듦, 눈의 포근함을 통해 인간이 지녀야 할 따뜻한 품성과 위로의 힘을 담고자 했다. ‘바람이 말한다.’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흔들고 지나가는 시간과 깨달음의 리듬이다. 결국 바람이 자연에 건네는 말은 곧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삶의 목소리이며, 그 조용한 속삭임을 따라 인간다운 마음의 결을 되새겨 보려는 데서 출발했다.
한정찬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 고문,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충청남도문화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