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차도가 없죠?"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보호자는 억울하고 답답하다. 약도 빠짐없이 챙겼고 주의사항도 지켰다.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런데 반려동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두 가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하나는 약을 정말 '제대로' 먹였는가다. 가루약을 사료에 섞었는데 아이가 그 부분만 골라 남겼다면, 보호자는 약을 줬다고 믿지만 몸에 들어간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처치 방향이 맞는가다. 예컨대 기침의 원인이 심장 문제인 줄 알았는데 호흡기(기관지염 등) 문제인 경우가 있다. 그러면 심장약을 먹여도 기침은 호전되지 않는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결과가 나쁘면 대개 한 가지 결론으로 직행한다. '내가 덜 열심히 했구나.' 그래서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까지 붙잡고, 더 이를 악문다.
세상에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도 모두가 원하는 곳에 닿지는 못한다. 차이는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에 있다.
그러니 애쓰는데도 결과가 시원치 않다면 일단 의심하고 점검해 봐야 한다.
첫째, 방법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 나도 한때 체중을 빼겠다고 식단을 변경하고 꽤 열심히 지속했다. 그런데 체중은 요지부동이었다. 알고 보니 생각보다 고열량이었다. 열심히 한 건 맞지만 방법이 잘못된 열심히였다.
둘째, 방향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 가고 싶은 길은 따로 있는데 성적이나 주변 권유에 맞춰 진로를 정한 사람이 있다. 열심히 하지만 결과는 늘 불만족스럽다. 마음이 다른 곳에 있으니 당연하다. 방향이 어긋나 있으면, 열심일수록 원하는 곳에서 더 빨리 멀어진다. 열심히가 사람을 지치게만 만든다면 방향부터 다시 봐야 한다.
셋째, 간절함이 빠져 있을 수 있다. 방법도 맞고 방향도 맞는데 결과가 미진할 때, 돌아보면 '되면 좋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 간절함은 꾸준함의 연료다. 연료가 부족하면 어느 지점에서 멈춘다. 그런데 간절함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가 진짜 원해서 선택한 일이어야 생긴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에는 성실함은 붙어도 간절함은 좀처럼 붙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다 갖추고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운이 따라야 하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되,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고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
열심히 한다는 말은 어딘가 안심이 된다. 적어도 게으르지는 않았다는 증거니까. 그런데 그 안심이 때로 우리를 같은 자리에 묶어 둔다. 진료실에서도 그렇다. '약은 줬으니 됐다'는 안심이 반려동물의 회복을 늦추는 원인일 때가 있다.
결과가 자꾸 어긋난다면, '나는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되뇌는 대신 다른 질문을 꺼내자.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진정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꺼내는 순간 제대로 된 열심히가 시작된다.
[박근필]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읽고 쓰고 말하는 삶으로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박근필성장연구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저서;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부산 시청 특강 외 다수 출강
이메일 : tothemoon_pa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