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칼럼] 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홍영수

젊었을 적, 중동지역에서 파견 근무했을 때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가끔 마주치는 낙타와 어둠을 몰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사막에 몸을 숨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모래는 제자리에 있고, 낙타는 유유히 제 갈 길을 가고 나 또한 나의 길에 서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한가운데 서 있으면 나 자신이 한 알의 모래 알갱이처럼 느껴지면서 그 우주적인 공간에서 난 작디작은 한 톨의 모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밤이 되어 바라보는 별들과 적막에 휩싸인 밤의 공간에서는 더더욱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때마다 깨우친 것은, 절대자와 절대성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낮의 사막과 사막의 밤 한복판에 서서 자신을 바라볼 때 나는 과연 무엇일 수 있으며,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또 다른 인간이나 그 무엇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는 순간 생각은 생각 밖으로 달아난다. 아니 생각이라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 오직 홀로 됨만을 감지하고 감각할 뿐이다. 밤하늘의 별빛에 쏟아지는 유성을 바라보며 고국에서 느꼈던 것처럼 낭만은 잠시 머무는 것일 뿐이다. 왜냐면, 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주어진 임무, 즉 인간 문명의 영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낭만성에 젖을 수가 없다. 

 

이처럼 내가 혼자이고 홀로 됨을 느낄 때, 우주 자연은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두렵고 위협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모든 자연물이 나에게 적대감을 보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럴 때 오직 위안이 되는 것은 그 어떤 믿음이다. 그래서일까 중동의 사막이라는 건조하고 황량한 모래벌판에서 이슬람교나 기독교, 유대교가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지 않은가 싶다. 삶의 고독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막, 그곳에서 위안받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겠는가? 오직 신이라는 절대자의 믿음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시골에 내려가면, 농촌의 들녘에서 드넓은 평야의 논두렁에서 지평선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 넓이에 직면한 순간, 난 끝없이 이어지는 논밭의 압도적인 밀도와 무한함에 나 스스로 제한되고 감각이 무뎌지면서 스쳐 지나가는 한 줌 바람 알갱이처럼 느껴진다.

 

사막에 대한 느낌을 잘 표현한 에드몽 자베스(1912~1991), 그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국적을 갖고 프랑어권의 유대인 집안에서 자랐다. 파울 첼란과 모리스 블랑쇼, 르네 샤르 등과 가까이 지냈던, 유럽에서 매우 잘 알려진 시인이다. 그가 생전에 마지막 출간한 시집 『예상 밖의 전복의 서』, (옮긴이 최성웅, 펴낸 곳, ‘읻다’)에 나온 글을 보자.

 

“신을 신에, 생각을 생각에, 책을 책에 맞서게 하여, 너는 하나로 다른 하나를 소멸시키리라. 그러나 신은 신을, 생각은 생각을, 책은 책을 견디고 살아남는다. 바로 그들의 생존 속에서 너는 계속해서 그것들에게 도전하리라. 사막이 사막의 뒤를 잇는다. 죽음이 죽음의 뒤를 잇듯이.(상처받지 않은 상처는 없다)”

 

그리고 같은 책 <모래에게 바쳐진, 닮음의 책 세 가지 ‘서평 의뢰서’>라는 제목 시를 보자.

 

​“모래의 삶과 죽음은 모두 시간으로부터 해방된 낮과 밤의 다가옴과 같은 것으로, 이때 사막은 요람이자 최후의 침대다. ​닮음으로 인해 모래는 살아가고, 알록달록한 제 공허로 인해 죽는다. 모래알과 모래알의 닮음은 아마도 추락할 순간 거울의 파편들과, 수천 년 전부터 깨져 있는 거울의 파편들 사이의 닮음이리라. 오직 포기의 대가로만 닮음이 있을 따름이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지구의 유언장』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6.06.01 11:14 수정 2026.06.01 11:15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